[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0.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0.25

이낙연 “전 당원 투표 통해 결정”

주호영 “천벌이 있을지어다” 비난

정의당도 “스스로 약속 못 지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사실상 공천 수순을 밟겠다는 의미지만, 당헌·당규를 깨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야권은 민주당 스스로 한 약속을 뒤집은 “약속 파기”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29일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내년 4월 보궐선거 방침을 논의하고 후보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비대면 의원총회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래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기류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당헌·당규를 깨야 한다는 게 고민 지점이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을 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내년 4월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시작됐다.

결국 당헌으로 보자면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의 당위성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4.15 총선 직전 논란이 됐던 비례위성정당 창당 당시 전 당원 투표를 활용한 것과 비슷하다.

민주당은 당원들의 의견이 찬성 쪽으로 모이면 현행 당헌에 ‘다만 최고위 의결이 있을 경우에는 달리한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달아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국민의힘 전북 동행 국회의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0.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국민의힘 전북 동행 국회의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0.29

그러나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주를 방문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약속 파기”라고 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015년 6월 내놓았던 당 혁신안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기네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라며 “그렇게 할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이익이 걸리면 당 헌법도 무시하는 안면몰수, 이게 민주당의 민낯”이라며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듯, 조금 있으면 대한민국 헌법도 무시할까봐 염려된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로 방향을 잡으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의 경쟁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도 자당 후보의 성 비위 등을 검증하기 위한 시민평가단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보궐선거 준비에 속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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