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출처: BTS 페이스북)
그룹 방탄소년단(BTS). (출처: BTS 페이스북)

중국이 세계적 인기를 얻는 K-팝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영향력에 맞서 '공격'에 나섰으나 패배하고 말았다는 내용의 칼럼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실었다.

중국계 미국 언론인 아서 탐은 이 신문에 '중국이 K-팝 거인에게 맞섰다. 그리고 졌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BTS가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두고 중국 언론이 트집을 잡았던 사건을 언급했다.

탐은 "BTS의 수상소감으로 중국의 선전전 기계(국영매체)의 편집증이 촉발됐다"라며 "수상소감이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는 국영 매체의 보도가 웨이보, 위챗에서 넘쳐나 민족주의에 불을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방송 프로그램과 대중문화가 한국을 따라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중국 당국이 국내에서 점점 커지는 한류의 문화적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게 이번 '대결'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동이 가라앉으면서 중국이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졌다"라며 중국이 BTS와 대결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이번 공격으로 한 방에 한국의 영향력을 꺾고 정치적 중요성을 다시 부각하려고 한 것 같지만 큰 실수였다"라며 "세계적 인기를 끄는 BTS는 이들을 보호하려는 팬층이 극도로 두껍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아미라고 불리는 BTS의 팬 군단은 모든 인종, 성별, 계층, 연령, 민족을 망라하고 중국에서만 최소 수백만에 달한다"라며 "K-팝은 중국 당국의 압박에도 중국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라고 해설했다.

탐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2016년 중국 당국이 '한한령'을 내려 K-팝 활동이 중단됐는데도 중국 팬은 우회 경로로 BTS의 앨범을 22만 장을 사들였다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이런 가운데 밴 플리트상 '사건'이 터졌고, 중국의 민족주의는 중국 내 BTS 팬뿐 아니라 '애초 논란거리가 안된다'고 주장하는 일반 네티즌의 반대에 부딪혀 꺾였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K-팝 팬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팬데믹 시기에 K-팝이 그들에게 안락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얕잡아봤다"라며 "이런 감정은 중국이 강제로 억누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정부가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 쓴다면 한국을 참고할 수 있다"라며 "1997년 외환 위기 때 한국 정부는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알고 창조적 산업을 넓게 장려했고 그 결과 한국의 음악 회사들은 오늘날 세계적 팬을 모으는 완벽한 상품을 만드는 데 창의력을 발휘했다"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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