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24일 인천에서 고등학생 두 명이 하나의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차량과 부딪혔다. 안타깝게도 한 사람이 사망했다. 지난 19일 성남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던 50대 남성이 굴착기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사망 사고가 났다. 지난해 난 사고가 447건이다. 8명이 사망했다. 인명 사고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 법률은 역주행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지금까지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됐다. 오는 12월부터는 개인용 이동장치로 분류돼 자전거와 같은 법규가 적용된다. 지금은 원동기 또는 자동차 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12월부터는 면허가 필요 없고 나이도 16세 이상에서 13세 이상으로 바뀐다. 지금은 헬멧을 써야 하지만 12월부터는 안 써도 된다. 느슨한 규정을 더욱 느슨하게 만들었다. 이 모두가 지난 6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생긴 일이다.

생명안전을 우선하겠다고 공약하고 집권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만든 법률이다. 이래도 되나 싶다. 문재인 정부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박근혜 이명박 정권에서 ‘규제개혁위원회’의 칼을 휘둘러 ‘규제’ 없애는 게 마치 혁신이고 역사의 진보인 냥 정책을 펴왔는데 현 정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안전에 대한 법률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님은 누구나 안다. 정부 당국과 국회만 모르고 있다. 국민 모두가 아는 상식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과 국회의원만 모르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정부인사와 정책당국,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은 눈만 뜨면 안전을 입에 달고 살면서 국민들과 킥보드 타는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건 위선 아닌가?

전동킥보드는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바퀴 구경이 작고 무게중심은 높아 넘어질 가능성이 크고 한번 넘어졌다하면 치명적인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보호 장치가 없어 차량과 부딪히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청년들과 보행하는 시민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입법자들이 안전 관련해서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커다란 죄이다. 실정법상 죄는 아닐지라도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정책이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소유 차량 중심으로 교통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전거 도로도 정비가 안 돼 자전거 타는 환경도 좋지 않다. 전동킥보드까지 크게 증가하니 보행 환경과 교통안전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공유경제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저곳에서 특히 지자체에서 장려되고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공유경제’는 무의미하고 인류에 해롭기까지 하다. 공유경제, 친환경의 외침 속에 ‘안전 대책 없는 전동킥보드’가 늘어간다면 생명안전은 더욱 위태롭게 된다.

12월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중학교 1학년생도 전동킥보드를 마음대로 탄다는 말이다. 도로환경이나 법적 안전장치 없이 어린 청소년이 전동킥보드를 마음대로 타게 한다면 청소년을 안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3년 전에 전동킥보드 이용자 사망사고가 나자 엄격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용자가 교통사고를 내면 3~6개월의 징역형 처벌을 받거나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상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프랑스는 탑승연령 하한선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연령을 18세 정도로 높여 청소년은 물론 시민이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속도는 낮추고 안전교육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독일은 면허제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 제도도 있다. 미국의 여러 주는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미비한 법률 규정마저 걷어 내고 있는데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은가. 우리는 왜 안전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그건 ‘사람이 먼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법률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 지체 없이 시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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