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상속세 폐지 국민청원도 등장

“과하다” vs “불로소득” 분분

韓최고세율 50%… OECD 2위

“실효세율, OECD 절반 수준”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부과할 상속세가 1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속세 세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심지어 ‘삼성 상속세’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상속세 부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부과해야 할 상속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 등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 2250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2억 4927만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물산 542만 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 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금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매겨진다. 상속세 최고세율 50%에다 대주주 할증 20%가 붙어 60%의 세율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상속인들 각자는 상속세 총액 중 상속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유족들은 이 회장의 사망 이후 6개월째 되는 달인 내년 4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대주주 할증률을 적용할 경우 세율은 60% 이상으로 뛰게 돼 사실상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에 해당한다. OECD 37개국 가운데 13개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아들 이지호 군, 딸 이원주 양과 함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아들 이지호 군, 딸 이원주 양과 함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5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50%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기업을 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OECD 회원국의 평균인 15% 수준으로 상속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기업이 돈을 번다는 것은 주식을 갖고 있다는 거지 현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주식이라는 것은 미실현 이익이다. 주식에 대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고 노동의 대가로 받는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은 44%다. 6%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게다가 상속세는 불로소득이다. 세율 자체가 높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실제로 상속·증여세를 많이 내지 않고 있다.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등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상속세율보다 낮거나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OECD 국가의 경우 상속세 대신 다른 세금을 매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북유럽 국가 등은 상속세를 물리지 않지만 소득세율이 높다”면서 “소득세를 우리나라보다 높게 받는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OECD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최고상속세율은 40%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 한국(42%)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에도 최고상속세율은 40%로 한국보다 낮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은 주세(state tax)를 포함해 최고 46.3%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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