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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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첫국감은 26일 법무부 등에 대한 종합국감으로 모두 끝이 났고, 기세와는 달리 대체적으로 빈약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감만큼은 국민의 주목을 받았고 뜨거웠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위법성 논란이 있는 데다가 복잡한 사안들이 함께 내재돼있어 관심이 많았던바, 대검 국감 방송 시청률 결과만 봐도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지를 여실히 알 수가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2일 실시된 윤석열 검찰총장 출석 국회 법사위의 국감 관련 방송 시청률은 9.91%다. 국감방송치고 월등히 높은 시청률만 봐도 올해 국감은 ‘윤석열 국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이 윤 총장 국감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물론 국민피해 2조원이 넘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이 이슈가 되긴 했지만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대검에 대한 국감이 열리기 전까지 윤 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인다는 말만 비쳤을 뿐 여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대검찰청 국감장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입장은 달랐다. 그간에 일어난 추 장관의 전횡을 국민에게 공개하기나 하듯 일연의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위법성을 따졌던 것이다. “(추 장관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지칭)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의 수사지휘가 근거·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행한 불법성을 공개했던 것이다.

그간에 있어온 윤 총장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마치 짜고 치듯 윤 총장에 대해 공격 대오를 갖추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심지어 사법연수원 동기였고, 윤 총장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한직에 밀렸던 시절에 ‘석열이 형’이라 부르며 용기를 북돋아 줬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마저 답변 자세까지 태클을 걸면서 몰아붙였으니 사정을 알만도 했다. 그랬으니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총장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여러 장면 또한 기이하게 보였다.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여당의원의 공격은 그리 흔한 풍경이 아닌 것이다.

여당의원들이 라임사태에서 검사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 또 가족과 관련된 의혹 등을 내세우며 사퇴론을 몰고 갔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에 지지 않고 라임사태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가족의혹에 대해서는 한치의 위법이나 총장 개인이 자신에게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고 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일부 사안에 의혹이 있다는 등 질문이 반복됐지만 그럼에도 윤 총장은 정면 반박하는 등으로 꿋꿋하게 판세를 이어갔다.

대검 국감 당일도 그랬지만 이와 관련해 후일담도 많다. 26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 추미애 장관이 감찰권을 내세우며 윤 총장을 몰아붙이면서 결과에 따라 해임건의까지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의혹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감찰권이 법상 주어진 검찰총장의 검찰권을 농락하면 안 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지난 22일과 26일 실시된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대한 국감을 지켜봤다. 혹자들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그간 집행해온 직무 수행 상황들을 익히 아는지라 국감장에서 나온 답변과 항변 등과 무관하게 그 사실들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으니, 한마디로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는 것이다.

대검 국감에서 국민이 다시 확인한 점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된다’는 내용이 압권이다. 이는 추 장관이 그간에 보인 인사 조치에서 알 수 있었으나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소신 있는 발언으로 다시 한번 알 게 되는 계기가 됐다. “살아있는 권력수사하면 좌천되나”는 야당의원의 질의에 윤 총장이 “그렇다”고 명확하게 답했으니 이쯤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 당부 “살아있는 권력도 (죄가 있으면) 수사하라”는 말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여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어떤 압력에도 제가 할 소임은 다할 생각”이라며 완주 의지를 밝힌 윤 총장은 의원 질의 끝에 ‘임기를 마치면 국민 봉사의 길을 생각해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잖아도 차기대선의 잠재적 후보로도 경쟁력 있는 윤 총장의 이 말에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고 여당에서는 기를 쓰며 족쇄 채우기에 안달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재임기간동안 국민 은혜를 입었으니 퇴직 후 국가․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게 오죽 좋으랴마는 윤 총장이 퇴임 이후 진로를 두고 정치권이 들썩이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다. 이래저래 21대 국회 첫 국감은 전반적으로 빈약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국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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