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고도보존회 최정표 경주지회장 인터뷰


▲ 최정표 지회장이 1983년 보은집회장면이 조각돼 있는 경주 황성공원에서 동학농민혁명으로 희생된 선열들을 생각하며 천도교인의 도리를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경주고도보존회 최정표 경주지회장 인터뷰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35년간 교육계에 종사하며 후진들을 양성하는데 온 청춘을 다 바친 최정표 경주고도보존회 경주지회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최 이사장의 선친 최남주 선생은 1971년 스웨던 왕실로부터 최고 훈장인 ‘바자훈장 기사장’을 수여받았다. 최남주 선생은 일생을 고고학자로서 살아온 분이다. 최 이사장의 형 최정필 교수와 동생 최정대(코리아타임즈 칼럼리스트) 씨도 2010년 7월 스웨덴 왕실로부터 ‘북극성훈장’을 받았다. 민간인이 대를 이어 스웨덴 왕실로부터 훈장을 받은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 지회장의 선친과 형제들은 한국과 스웨덴 간의 문화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로 스웨덴 왕실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이다.

최근 최 이사장은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이제는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갖는다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최 이사장은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에 자처하고 나섰다.

또한 석조문화포럼의 이사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최 지회장은 동학(천도교)의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과 동학(천도교) 제2세 교조인 최시형 선생의 후손이자 천도교인이다. 최시형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경주 황성공원에서 최 지회장을 만났다.

▲ 최정표 지회장이 최시형 선생 동상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 ‘사람을 섬기길 하늘같이 섬기라’

최 지회장의 본관은 경주이다. 그는 누대를 살아온 경주 최 씨 후예이자 사학을 전공한 교육자이다. 그가 천도교인이 된 것은 집안이 천도교였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민족의 광명을 이을 수 있는 천도교 사상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는 천도교의 가르침 중 ‘사람을 섬기길 하늘같이 섬기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이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한다.

최 지회장은 “우리 사회는 삶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결여돼 있다. ‘사인여천’의 인본중시사상을 통해 인간 본연의 존엄성과 본질을 다시 되찾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주 용담정 성역화사업 빨리 이뤄져야
우리민족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신라의 고도 경주는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워온 세계적 문화역사 도시이며 한국 문화의 모태(母胎)요, 한민족의 마음의 고향이다. 경주에서 동학을 창시하고 최제우‧최시형 선생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최 지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불교 이전 신라 고유 신앙은 샤머니즘으로 토착신앙물을 숭배하며 종교적 힘을 키워갔다. 그 후 신라는 법흥왕 시대부터 국교를 불교로 삼았고, 전성기 때는 유명한 스님들이 많이 배출됐을 정도로 종교적 지도력이 응축된 도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치원‧최승로 등 당대의 석학을 배출했고 뒤이어 조선 후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리고 동시에 조선 백성들의 평등사상에 대한 갈망으로 최제우‧최시형 선생이 탄생됐다”고 밝혔다.

천도교는 최제우 선생이 득도한 장소인 용담정을 성역화 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주시도 이 사업에 지대한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으나 현재는 답보 상태다.

최 지회장은 “2010년 4월 경주 ‘용담성역화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그간 수차례 성공적 추진을 위해 회의를 개최하고 경주시, 문화관광체육부와 유기적 협조를 했으나 현재까지 정부예산안에 편성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금년 정부예산에 적극 반영해 국민소통과 통합에 기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여론이 각종 시민단체들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고 기대했다.

천도교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지대한 공 세워
많은 천도교인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과 재산을 바쳤다. 그런 천도교의 교세가 지금에 와서는 많이 약화됐다. 최 지회장은 “서양의 기독교 등 다른 타종교들이 성행하게 되면서 천도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갔다. 따라서 천도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 민족적‧정신적 가치가 훌륭한 천도교에 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또한 천도교 내부적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인 각자가 수련을 통한 신앙심을 키우고 천도교의 사상과 교리 전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표 지회장이 최시형 선생의 업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생명종중ㆍ환경보존 천도교 사상
최 지회장은 천도교가 해야 할 사회적인 역할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생명존중과 환경보존문제를 꼽았다.

천도교의 근본적인 교리는 바로 인간중심적 사상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의 결여가 심각한 현대사회에서 인권과 생명존중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미국사회는 자본주의가 도입됐지만 빈익빈 부익부의 빈부격차를 청교도의 사상이 근간이 돼 사회가 잘 유지되는 만큼, 우리사회도 종교가 정신적 근간이 돼 인간의 가치문제에 대해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지회장은 “우리 민족종교인 천도교는 서양의 많은 종교와 다르게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천도교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경주고도보존회, 고도 경주 현실 대처
최 지회장에게 경주고도보존회의 하는 일을 묻자 “고도로서의 역사적 문화 환경을 지니고 있는 경주시를 민족의 역사문화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발전시키고 세계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경주고도보존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립한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 기본계획 ‘경주역사문화도시 2004’를 지원하는 NGO 단체이다.

그는 “외국의 고도 보존 실태를 조사하고 내셔널 트러스트 및 경주를 역사문화 중심도시로 조성하는 일을 하며 신라천년 문화유적이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고도경주가 망가져 가는 현실을 대처하는 일을 한다”라고 답했다.

최 지회장이 경주고도보존회의 일을 하는 것 역시 천도교의 사상과 무관하지는 않은 듯하다.

최 지회장은 경주 용담정의 성역화가 빨리 이뤄져서 경주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처럼 종교의 발상지가 돼 한국이 정신문화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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