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에이미 코니 배럿(왼쪽) 신임 미 연방대법관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를 하고 있다. 앞서 미 상원은 현지 언론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 전체 인준 투표에서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배럿 후보 대법관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AP/뉴시스]에이미 코니 배럿(왼쪽) 신임 미 연방대법관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를 하고 있다. 앞서 미 상원은 현지 언론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 전체 인준 투표에서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배럿 후보 대법관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통과하면서 미 정치계가 요동치고 있다.

보수 성향인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연방대법관의 이념적 지형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빈자리를 배럿 판사가 차지하게 되면서 낙태죄와 의료법 등 미국 내 다양한 문제와 대선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원은 본회의를 열고 배럿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인준하는 투표를 실시해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메인주의 수잔 콜린스 의원을 제외한 모든 공화당 의원들은 배럿 판사를 지지했다.

이에 배럿은 115대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동시에 사상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됐다.

인준 투표 후 1시간도 채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축하하는 백악관에서 대법관 취임 행사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배럿의 가족은 미국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럿 대법관이 여성들을 위한 진정한 선구자 긴즈버그 대법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배럿은 선서를 하며 “오늘 밤 엄숙히 취한 선서의 핵심은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정치나 나 자신의 선호와는 독립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럿은 27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주재로 법원에서 열리는 비공개 행사에서 또 한 번의 사법 선서를 한 후 법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미 상원, 배럿 대법관 인준 가결. (출처: CNN방송캡처, 의회 방송)
미 상원, 배럿 대법관 인준 가결. (출처: CNN방송캡처, 의회 방송)

배럿 대법관의 합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부터 시작해 큰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에서는 몇 주 동안 인준 투표를 부적절하게 서두르고 있다며 대법관 후보 지명은 11월 3일 대선 이후 대통령 당선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대선 전 인준을 목표로 속도전식 강행을 밀어 붙이며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는 결과가 나오자 조급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사상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이 이렇게 급하게 확정된 적은 없었다. 루즈버그 대법관이 숨진 지 불과 38일 만이다.

게다가 공화당은 2016년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심근경색으로 돌연사 했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중도성향의 신임 대법관 후보 지명했음에도 ‘임기를 1년 앞둔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인준을 거부한 전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00년 당시의 대선과 같이 선거 결과가 판결에 좌우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진 법정을 피하기 위해 긴즈버그의 후임자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에 승복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대법원까지 끌고 가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럿의 대법관 인준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갈등이 커지면서 지난 22일 상원 법사위에서는 민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공화당 단독으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을 처리했다. 배럿이 대법관으로 임명되자 바이든 후보는 법원 개혁을 고려할 위원회를 임명하겠다고 밝혔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상원을 되찾으면 내년에 모든 것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투표는 선거 6주 전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죽음으로 생긴 공석을 메우기 위해 놀라운 속도로 움직인 공화당 의원들의 뻔뻔한 추진력으로 마무리지었다”며 “그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과거 선언문을 파쇄하고 규칙을 우회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은 오래전부터 법적 공방을 자신들의 기반을 다지는 핵심 동기로 봤고 린지 그레이엄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법원을 보수화 하려는 그들의 성공적인 노력에 부분적으로 재선 희망을 걸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투표함에서 결실을 맺는지 여부는 곧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럿 대법관의 임명으로 미국 대법원은 한층 더 오른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보인다. 낙태권, 성소수자의 권리, 사업 규제, 환경 등 미국의 모든 영역의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배럿 대법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판결이 줄지어 있다.

대법원은 대선 일주일 후 오바마케어에 대한 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이 건강상태가 양호한 사람에 대한 보호조치 등 이 법이 무효임을 선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시시피주 법무장관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선택한 대법관이 현재 3명이며 이들이 오바마케어를 무효화하고 여성의 낙태 권한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뒤엎길 원한다고 밝혀왔다.

대법원은 또한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대결에서 투표용지와 개표 규정을 둘러싼 선거 전 충돌을 해소하고 있다. 지난주 대법원은 대선의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선 사흘 뒤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대법관들의 판결이 4 대 4로 교착상태에 빠졌고, 배럿은 여기에 대해서도 다섯 번 째 투표를 통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대법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인구조사에서 미등록 이민자를 배제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11월 30일에 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한편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배럿 대법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졌다. 7명의 자녀를 둔 그의 “인생은 임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발언은 종교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배럿 판사를 가장 인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광범위한 총기 권리를 지지하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노트르담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스칼리아 전 대법관의 법무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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