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ㆍ보험사 물갈이에 `감사추천제 철폐' 변수로 등장

(서울=연합뉴스) 다음달 3월 결산법인인 증권ㆍ보험사의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감사직에 어떤 인물이 기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비리와 직무유기 등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감사에 금감원 출신 직원이 앉는 `낙하산 관행'을 과감히 깨겠다는 쇄신방안을 내놓은 터라, 이번 주총에서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배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2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주총시즌에 상근 감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곳은 24곳이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나 옛 증권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한 회사는 16곳이다.

감사직은 `신이 숨겨놓은 감투'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외부 인사가 선호하는 자리다.

현대증권[003450], 한화증권[003530], 한국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코리아RB증권, 이트레이드증권[078020], 애플투자증권, 신영증권[001720], 솔로몬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동부증권[016610], 대신증권[003540], 골든브릿지증권[001290], SK증권[001510], NH투자증권[016420] 등에서 감사가 바뀐다.

이번 사태만 아니었어도 금감원이 차지한 감사 자리는 연임되거나, 금감원 인사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컸다.

실제 지난 2일 주총 소집 결의를 한 대신증권은 금감원 조사국 출신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근 감사에 회계서비스 국장 출신을 임기 2년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을 상정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상근감사 자리가 8곳 정도다.

국내 손해보험사 12개사 가운데 올해 6월로 감사 임기가 끝나는 곳은 현대하이카, 그린손배보험, 서울보증보험 등 3곳이다. 지난해 주총에서만 6개사가 3년 임기의 감사를 선임해 올해는 상대적으로 교체 수요가 적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14개 업체 중 알리안츠생명, 흥국생명, 신한생명, PCA생명, 우리아비바생명 등 5곳에서 감사 임기가 끝난다. 알리안츠와 흥국, 신한, PCA생명에서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감사직을 맡았다.

자산운용사나 6월 결산인 상당수 저축은행까지 더한다면 물갈이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42개 증권사 가운데 31곳의 상근감사가 금감원 출신이고, 지난 3월 은행 주총에서 신한, 국민, 한국씨티 등 감사 자리를 이미 금감원 출신이 독식할 정도로 금융회사에서 퇴직 금감원 인사들의 힘이 막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감원이 전ㆍ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에 감사로 추천하는 감사추천제를 완전 철폐하고, 금융회사에서 금감원 직원을 감사로 영입하겠다고 요청해도 모두 거절하기로 함에 따라 돌발 변수가 생겼다.

증권사 내부적으로 차기 감사를 그려놨으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감독업무와 금융 분야를 모두 경험한 외부 인사를 찾기가 쉽잖아 고민이 깊어졌다.

금감원이 배제된 자리에 문외한 인사가 무혈입성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금감원 낙하산 감사는 여러 차례 지적했듯 문제가 많지만, 이를 막는다면 대체할 수 있는 감사요원을 확보할 수 없어 답답하다. 금감원만 잡는다고 무슨 일이 되겠느냐. 금융감독 전체의 쇄신이 필요하며 금융감독기구가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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