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승격 지정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승격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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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제333호합천해인사건칠희랑대사좌상(정면).(제공=경남도)ⓒ천지일보 2020.10.26
국보제333호합천해인사건칠희랑대사좌상(정면).(제공=경남도)ⓒ천지일보 2020.10.26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제333호 지정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 예술적 가치 높이 평가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경상남도(도지사 김경수)가 합천 해인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문화재청의 최종심의를 통과해 국보 제333호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국보 제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희랑대사 구체적인 생존 시기는 미상이나 조선 후기 학자 유척기(兪拓基, 1691~1767)의 유가야기(游加耶記)에 따르면 고려 초기유년(己酉年, 949년 추정) 5월에 나라에서 시호를 내린 교지가 해인사에 남아 있었다고 해, 949년 이전에 입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엄학(華嚴學)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學僧)으로 해인사의 희랑대(希朗臺)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다고 전하며 태조 왕건(王建)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도움을 줘 왕건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하사하고 국가의 중요 문서를 이곳에 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祖師像;僧像)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전하지 않으며 ‘희랑대사좌상’이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래하고 있다. 희랑대사좌상은 조선 시대 문헌 기록을 통해 해인사의 해행당(解行堂), 진상전(眞常殿), 조사전(祖師殿), 보장전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奉安)됐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 1741~ 1793)의 가야산기 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이 남아 있어 전래경위에 대해 신빙성을 더해준다.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삼베 등을 옻칠해 여러 번 둘러 건칠(乾漆)로 형상을 만들었고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고 후대의 변형 없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칠기법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매우 생동감이 넘쳐 생전(生前)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희랑대사좌상의 또 다른 특징은 ‘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는 그의 별칭을 상징하듯, 가슴에 작은 구멍(폭 0.5cm, 길이 3.5cm)이 뚫려 있는 것이다. 이 흉혈(胸穴)은 해인사 설화에 의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 정수리에 난 구멍)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문헌 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며 제작 당시의 현상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도 뛰어나다. 후삼국 통일에 이바지했고 불교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희랑대사라는 인물의 역사성과 시대성이 뚜렷한 제작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조각상은 고려 초 10세기 우리나라 초상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자,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탁월하다.

류명현 문화관광국장은 “문화재청, 합천군 그리고 소장자인 해인사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이번 국보로 승격 지정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체계적으로 보존,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내 국보는 이번 국보 승격 지정으로 모두 14점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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