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 순천 낙안읍성, 황금빛 초가집 풍경 갖춘 힐링 쉼터
[지역명소] 순천 낙안읍성, 황금빛 초가집 풍경 갖춘 힐링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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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낙안읍성에 겨울나기 채비를 위해 이엉 잇기를 끝낸 초가집들이 황금빛을 드러내고 있다.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전남 순천 낙안읍성에 겨울나기 채비를 위해 이엉 잇기를 끝낸 초가집들이 황금빛을 드러내고 있다.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지역명소 순천 낙안읍성

오랜 역사 간직·사람도 거주해
삶과 전통문화 보존·계승·발전
2년후 세계문화유산등재 목표

[천지일보 순천=김미정 기자] 쌀쌀한 가을이 찾아든 순천 낙안읍성에는 이제 막 겨울나기 채비를 위해 이엉 잇기를 끝낸 초가집들이 황금빛을 드러낸다. 돌담에는 주홍색 감나무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고개를 내밀고 집 옆 텃밭에는 배추와 무, 고구마 등 겨울 먹거리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저녁이면 달빛이 인적 없는 고샅길을 밝힌다.

본지는 힐링이 필요할 때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꿈꾸게 하는 명소로 순천 낙안읍성을 찾아가 봤다.

어디선가 금목서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낙안읍성이 만들어지고 이곳에 사람들이 터전을 잡으면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가을 풍경이다. 성곽을 거닐면서 바라보는 낙안읍성의 고즈넉한 풍경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고된 삶 속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도 추천한다.

순천 낙안읍성의 해지는 모습. 고즈넉한 풍경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순천 낙안읍성의 해지는 모습. 고즈넉한 풍경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600년 전 계획도시 낙안읍성

낙안읍성은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조선 시대 읍성이다. 도성과 달리 지방의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다. 고려 후기부터 잦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흙으로 쌓은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1397)에 처음 쌓았고 ‘세종실록’에 의하면 1424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 돌로 다시 성을 쌓아 규모를 넓혔다. 

읍성의 전체 모습은 4각형으로 길이는 1410m이다. 동헌, 객사, 장터, 민가 등의 배치는 한양도성을 모방했다고 한다. 낙안읍성이 있는 낙안면은 근대화과정에서 순천 시내와 접근성이 떨어져 소외됐으나 이로 인해 성곽, 동헌과 객사, 초가 등 역사적 경관과 돌담길, 3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등 옛 멋과 정취가 잘 보존돼 있다.

낙안읍성은 1983년 사적 제302호로 지정됐고 2011년 CNN의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50선, 2015년 한국 관광 100선, 2019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적지이자 관광지로 매년 100만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대장금’ ‘광해, 왕이 된 남자’ ‘취화선’ ‘백일의 낭군님’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총 24편이 촬영됐다.

◆조선 3대 읍성 중 유일하게 사람 거주

조선 시대 읍성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전국 334개 고을에 96개소가 축성됐다. 낙안읍성은 서산의 해미읍성, 고창의 고창읍성과 더불어 현재 남아있는 조선 시대 3대 읍성으로 유일하게 100여 세대 3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고조부 때부터 5대째 이곳에서 사는 분들도 있으며 아들과 손자 3대가 함께 사는 분들도 있다. 낙안읍성 주민들은 관광객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때로는 사생활이 침해되고 때로는 현대화되지 못한 생활방식에 불편을 감수하며 각종 인·허가 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문화재를 지키고 후세에 전해줘야 한다는 자긍심과 소명감을 가지고 있다. 

순천 낙안읍성 내 가야금 연주를 체험하는 모습.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순천 낙안읍성 내 가야금 연주를 체험하는 모습.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 잇는 민속 마을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이 풍경만은 아니다. 낙안읍성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과 세시풍속들이 재현되고 보존·계승되고 있다. 읍성 내에는 길쌈, 전통 혼례, 두부 체험, 놋그릇 닦기, 천연염색 등 옛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 13개소와 서당, 서각, 대금, 대장간, 별감, 판소리와 가야금 연주를 체험을 할 수 있는 상설체험장 9개소가 있다. 전국단위 행사로는 정월 대보름 행사(1월),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4월), 전국 가야금 병창 경연대회(5월),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10월)가 매년 열린다. 

낙안읍성의 풍물놀이는 ‘낙안읍성 군악’이라는 명칭으로 계승되고 있다. 이외에도 수문장 교대식, 기마장군 순라의식이 개최되고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 상설공연이 열리며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국행사와 체험프로그램 등이 취소됐지만 비대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평일 300여명, 주말 3000여명 이상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으며 유료관광객이 작년 대비 2배로 증가했다.

◆대한민국 넘어 세계인의 품으로

낙안읍성은 중국, 일본과 차별화되는 조선 시대 읍성의 공간구조와 경관 미학, 한국 서남부 지방의 민가 형식과 구별되는 일자형 초가집 형태, 현재까지 후손들이 살면서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며 지켜온 군악, 세시풍속과 공동제의, 판소리 등 무형문화유산의 보존 노력 등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오는 2022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문화재청이 결정하는 세계문화유산 국내 추천 대상지에 선정돼야 하고 보존관리 계획도 수립돼야 한다. 무엇보다 읍성에 살고 있는 주민의 일상과 관광객의 관광권이 상충하지 않도록 행정과 재정적 지원도 검토돼야 한다. 

이와 함께 낙안읍성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낙안읍성과 낙안면 일원을 홍매화 마을로 조성해 겨울철 볼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홍매화는 읍성 인근 금전산에 있는 금둔사의 ‘납월홍매’가 유명하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는 음력 섣달에 사찰의 평화스러운 기운과 함께 꽃망울을 터트린다. 순천시는 2020년에는 1단계로 낙안읍성 주변에, 2단계로 2022년까지 낙안면 일원에 홍매화를 심어 지역브랜드로 가꿀 예정이다.

낙안읍성 인근 금전산에 있는 금둔사의 홍매화.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낙안읍성 인근 금전산에 있는 금둔사의 홍매화.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0.10.26

◆낙안읍성 축조 관련 이야기

낙안읍성에는 성의 축조과정과 관련된 김빈길 장군과 임경업 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순천시는 이를 스토리텔링해 낙안읍성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김빈길 장군의 생애를 소재로 한 창극을 제작·공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주말 공연을 선보이지만, 내년부터 주말마다 창극 ‘김빈길 장군’을 상설 공연할 계획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읍성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고령화로 취약한 화재, 도난, 훼손 등 응급 재난 상황에 대처하고 안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빌리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낙안읍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인지도를 높이고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기반 탐방콘텐츠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통과 보존 ‘법고창신’ 정신 깃들어

전통과 보존이라는 단어에는 옛것을 그대로 지키거나 간직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昌新)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전통이란 내면의 창조성과 외형의 항상성(恒常性) 간의 조화를 이룰 때 생명력을 유지하고 가치를 발휘한다. 낙안읍성이 조선 시대 읍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걸맞은 이름을 갖기 위해서는 법고창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재삼 시인의 ‘천년이 바람’ 시처럼 낙안읍성에 불던 천년전의 바람은 현재도 미래에도 불 것이다. 깊어지는 가을 오랫동안 전통을 지켜온 낙안읍성을 거닐면서 옛 선조들의 지혜를 느끼고 감사하며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설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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