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금용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동일한 피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엄격한 감독행정과 제도개선, 피해구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금용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동일한 피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엄격한 감독행정과 제도개선, 피해구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1

사모펀드 규제 풀어줘

사모운용사 난립 계기

전문투자자가 투자해야

금융사기 처벌강화 절실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전환사채(CB) 편법적 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같은 해 10월 고객의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키면서 개인 투자자 4천여명이 1조 7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이 회사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좀비기업의 부실 자산을 대량 매입하고 메자닌펀드 관련 투자 회사 주가가 폭락하는 등 부실 투자로 인해 환매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CB를 다른 회사 명의로 매입하는 ‘파킹 거래’나 한 펀드에 손실이 날 경우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식의 ‘펀드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해왔다.

결국 국내 헤지펀드업계 1위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등록취소’ 결정을 받고 설립 8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경우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론 부실기업 채권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해 5천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사모펀드 사기 판매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애초부터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사적으로 모집’하는 것이라, 공모펀드와는 달리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긴 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마치 사람 사이에서 돈을 모아 그 돈으로 한 사람이 투자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이기 때문에 손해가 안 생길 수 없다”면서 “불법이 발생하는 등 잘못되더라도 ‘네 힘으로 혼내 줄 생각하고 투자하라’는 것이 사모펀드고 정부 규제 하에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은 공모펀드”라고 설명했다. 즉 기관투자자나 이에 상응하는 개인 전문투자자 또는 고액의 자산가라야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2015년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분하에 각종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주면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단초가 됐다.

정부는 적격일반투자자 요건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 웬만한 개인 투자자들도 ‘쌈짓돈’으로 투자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사모운용사 설립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자본금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완화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없이 자산운용사가 난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셈이 됐다. 실제 2014년 말 10개사에 불과하던 전문사모운용사는 올해 6월 기준 264개사로 증가했다.

전 교수는 “운용사 진입 요건 등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과 동시에 사모펀드 가입기준도 완화해줬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둘 중에 하나만 풀어줬어야 한다”면서 “결국 사모펀드 저변 확대를 위한 완화 정책이 오히려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개인 투자자들 중에는 평생 모은 전 재산 1억원을 투자했거나 전세보증금, 노후자금을 투자하는 등 서민들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피해자는 절반 이상이 60~70대였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외국은 무엇이 다르나

미국은 사모펀드 개인 투자자 요건을 순자산 부부합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 소득 2년 연간 부부합산 30만달러(약 3억원) 혹은 본인 20만달러(약 2억 5천억원) 이상으로 위험부담능력이 있는 35명까지 허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금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금융전문가에게는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이 발표한 ‘사모펀드 판매제도 건전화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전문투자자가 아닌 사모펀드 투자가 가능한 적격일반투자자 요건을 최근 최소투자금액 3억원으로 올렸지만, 재산상태, 전문지식에 관계없이 이 부분만 충족되면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 불완전성이 다분하다. 라임·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도 전문투자자보다 적격일반투자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송 실장은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는 개인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저변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며 “적격일반투자자의 잠재적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사모펀드 등 금융 사기에 대해 강한 처벌을 내린다. 일례로 지난 2009년 펀드 돌려막기로 약 77조원의 피해를 입힌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출신 버나드 메이도프에 대해 미 법원은 법정 최고인 150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10년 이상 형량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운용사 등이 사모펀드 금융사기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그만큼의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사모펀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펀드를 판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나 운용사의 운용지시를 실행하는 수탁기관은 그동안 운용사에 대한 관리·감시 기능이 없었는데, 앞으로 관련 의무를 부과한다. 운용 규모 2천억원 이상 사모운용사는 이행내역을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넘는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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