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 곳곳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흔하게 역사 교과서 등에서 볼 수 있는 주제가 아닌,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지역을 지켜줬던 과거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이 글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알고 이곳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음을 다시금 감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서울시 동작구 사육신 공원에 있는 의절사. 이곳에 사육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서울시 동작구 사육신 공원에 있는 의절사. 이곳에 사육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 생육신과 사육신

사육신은 단종 복위를 주도한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를 가리킨다. 생육신 중 한명으로 불리는 남효온이 <추강집>에 이들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적으면서 이들의 충절을 기리게 됐다.

세조 이후 사대부들이 이들의 신원을 요구하자 성종(成宗)은 이들의 후손이 관직에 오를 수 있도록 금고(禁錮)를 풀어줬고, 숙종(肅宗)은 6명의 관작을 회복시키고 서원을 지어 위패를 안치할 수 있도록 했다. 영·정조 대에는 사육신 외의 인물들도 관작을 회복시키고 <어정배식록>을 작성하도록 해 계유정난과 단종 복위 운동으로 희생된 이들의 위패 또한 안치하도록 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사육신 중 한명인 박팽년은 1434(세종 16)년에 급제해 집현전 학자로 활동했던 인물이었다. 이후 단종 때 우승지를 거쳐 형조참판이 됐으나 세조가 즉위하자 단종 복위 운동에 참여했다. 박팽년은 문장과 글씨에 뛰어났으며 그의 재능을 아낀 세조가 회유를 했으나 끝까지 거절하다 고문으로 죽고 말았다.

박팽년과 함께 단종 복위를 주도했던 성삼문도 집현전 학사 출신이다. 정인지, 박팽년, 신숙주 등과 함께 훈민정음을 만드는데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할 당시 예방승지였던 성삼문은 단종의 옥새를 수양대군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양위식을 담당했던 그는 옥새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서울시 동작구 사육신 공원에 있는 사육신 역사관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서울시 동작구 사육신 공원에 있는 사육신 역사관

목숨을 바쳐 충절을 지켰던 사육신이 있다면 함께 단종 복위 운동에 가담했지만 목숨을 잃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살았던 이들도 있다. 바로 생육신(生六臣)이다. 김시습·원호·이맹전·조려·성담수·남효온이 이에 속한다.

김시습은 계유정난이 일어나자 3일간 통곡을 하다 공부하던 책을 다 불태우고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됐다. 이후 방랑 생활을 하며 시와 글을 쓰며 지냈는데 그는 “청빈하게 뜻을 지키는 것이 포부”였다며 “하루는 홀연히 감개한 일(계유정난)을 당하여 남아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도(道)를 행할 수 있는데도 출사하지 않음은 부끄러운 일이며, 도를 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홀로 그 몸이라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다”고 밝히면서 방랑 생활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김시습은 거열형으로 찢어진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해 노량진에 임시 매장하기도 했다.

<육신전>을 쓴 남효온은 단종 복위 운동 당시의 인물은 아니다. 1454(단종 2)년에 태어난 남효온은 김종직의 문인으로 김굉필, 정여창 등과 함께 수학했다. 그가 생육신 중 한명으로 꼽힌 것은 성종에게 올린 장문의 소와 <육신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25세였던 남효온은 성종에게 올린 소에서 “문종의 비 현덕왕후의 능인 소릉을 복위해달라”고 요구했다. 소릉 복위는 세조와 함께 공신에 오른 이들의 명분을 부정한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었다.

이후 남효온은 1480년 생원시에 합격했으나 더 이상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다. 당시 계유정난의 공신이었던 훈구파가 집권하고 있었고 이에 남효온은 소릉이 복위된 뒤에 과거를 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남효온은 벼슬을 단념하고 김시습처럼 유랑을 하면서 <추강집>을 저술했다. <육신전>은 <추강집>에 있는 내용이다. 그가 죽은 뒤 갑자사화 때 생전에 소릉 복위를 상소한 것을 이유로 부관참시 당했으며 중종 때 소릉 복위가 되자 신원된 후 정조대에 이조판서로 추증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