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시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주도 카슨시티의 카슨시티 공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카슨시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주도 카슨시티의 카슨시티 공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취임 후 곧바로 정책 실행

이민·협정·외교 등 큰 변화

‘가짜뉴스’ 등 해외서 따라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대통령은 그의 나라의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정확히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왔을까. BBC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세계적 지위와 기후변화,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살펴봤다.

◆美 국제적 호감도 폭락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거듭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퓨 리서치센터의 13개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의 미국의 이미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미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대중의 비율은 거의 20년 동안의 조사 중에 가장 낮게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41%가 미국에 우호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프랑스는 31%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독일 역시 26%에 그쳤다.

지난 7월과 8월의 조사 수치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미국을 ‘비호감’으로 느끼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단지 15%의 응답자만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후퇴한 기후변화 대책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값비싼 속임수’ ‘심각한 주제’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것’ 등 다양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거의 200개국이 지구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도록 약속했던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면서 과학자들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정을 탈퇴하면서 “(협정이) 과도한 규제와 제약으로 미국 생산자들이 문을 닫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미국에서 130년 만에 처음으로 2019년 석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는 대선 다음 날인 11월 4일부터 공식 발효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된다면 그 협정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경이 닫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입국심사대에 올라 무슬림 주요 7개국 출신 여행객들에 대한 국경을 폐쇄시켰다. 현재 이들을 포함한 13개국은 엄격한 여행 제한을 받고 있다.

미국 거주 외국인 출생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였던 2016년보다 작년이 3% 더 높았다. 그러나 그 이민자들의 국적은 바뀌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미국 거주자의 비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꾸준히 감소한 반면 중남미와 카리브해 등에서 이주한 미국 거주자의 수는 증가했다. 또한 사람들이 미국에 영구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비자 발급도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한 마디로 할 수 있는 상징이 있다면 멕시코 국경에 세우겠다고 한 ‘크고 아름다운 벽’이다. 지난 19일 기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597㎞의 벽이 건설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벽은 미국에서 살려는 필사적인 사람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에 억류된 이민자 수가 증가하면서 2019년에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반 이상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폭력과 가난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난민으로 눈을 돌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난민의 숫자를 대폭 줄였다. 미국은 2016 회계연도에 거의 8만 5천명의 난민을 수용했고 다음 해에는 5만 4천명 이하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최대 1만 5천명으로 1980년 난민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수를 수용할 예정이다.

◆‘가짜뉴스’의 대중화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해낸 모든 용어 중 가장 위대한 단어 중 하나가 ‘가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만들어내지는 않았으나 그가 이 단어를 대중화했다는 데는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민간컨설팅 사이트인 팩트베이스가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오디오 녹취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는 2016년 12월 처음 트위터를 한 후 이 문구를 2000여 차례 사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기사를 공격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자주 사용해왔다. 2017년 2월에는 여러 뉴스 매체를 ‘미국 국민의 적’으로 낙인찍으며 가짜뉴스에서 더 나아갔다.

이후엔 태국,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의 지도자들 또한 모두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일부 나라에서는 야당 운동가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억압과 기소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혐의를 씌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믿을 만한 기사에 반대하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치인들이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주도를 통한 중동 협상, 거의 모든 나라와의 무역협정의 재협상 또는 탈퇴, 중국과의 싸움, 이란과의 최악의 관계 등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유무와 관계없이 이 같은 변화에 따른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