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출처: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출처: 뉴시스)

폼페이오, 25~30일 아시아 순방서 韓만 제외

당장 ‘한국 패싱’ 논란에 외교부 “그렇지 않아”

종전선언, 전작권, 방위비 등 의제로 다뤄질 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오는 11월 미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 외교부의 수장인 강경화 장관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강 장관의 방미 일정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실제 만남이 성사된다면 한미 간 어떤 현안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각종 현안을 두고 미측과 얼마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유지·관리하는 차원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교부 “강경화, 방미 조율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가까운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날(22일)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방미할 예정”이라며 “일정과 의제에 대해 양측이 조율 중이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결정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21일과 22일 두 차례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간 현안과 글로벌 사안에 대한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 부대변인은 ‘강 장관의 방미가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취소와 연관된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양측은 여러 여건 등을 감안해서 장관의 방미를 추진하기로 했다”고만 답했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이달 7~8일 한국, 몽골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을 이유로 방한을 취소했다. 하지만 쿼드(Quad)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4~6일 일본은 찾으면서 당장 ‘한국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25일부터 6일간 인도 등 4개국을 순방하지만 방한 일정은 잡지 않았다. 강 장관의 방미가 이 같은 잡음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10월 초에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할 예정이었고 여러 사안으로 연기가 됐다”면서 “미측은 10월 중에 방한을 재추진할 의향을 가지고 있었다. 패싱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상황으로) 강 장관이 방미하는 것으로 됐다. 갑작스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23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한국 방문이 취소된 이후 두 나라 간 다시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미 양측이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미국 내 정치 여건 상 없었던 일정을 만들려고 했다면 더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미리 합의된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다행인 측면도 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여러 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 (출처: 뉴시스)

◆강경화 방미, 미 대선 이후가 될 듯

강 장관의 방미 시점은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미 대선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강 장관까지 연달아 찾는 셈인데,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한미 양국 간 만남에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에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을 비롯해 북미대화 재개 방안을 주요하게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서훈 실장 방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온다”면서 “그 핵심은 종전선언의 역효과를 잘 차단해서 추진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변화된 시각과 함께 관련 의견 교환이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과정이 대화 여지를 북한에 계속 던져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오판을 하지 말라는 신호인데, 일종의 상황 관리를 해 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에 자주 대화 메시지를 보내야 향후 누가 당선되든 간에 북미 간 고리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 속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동맹 참여 요구와 우리 정부가 제안한 종전선언과 맞물려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위원도 “종전선언은 방향성이다. 어차피 북한에 대해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위기관리, 상황관리”라며 “북한에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시그널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단순한 레토릭(수사)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종전선언을 북한이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문서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에는 비핵화 과정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도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는 평가가 갈렸다.

김 위원은 “우선 방위비 분담 협상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하려는 노력들과 코로나19로 시간표가 어긋난 전작권 환수에 대한 전반적인 협의가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반면 조 위원은 “두 사안에 대해 거론한다고 해도 이전 수준에서 논의되지 싶다. 의미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진 않다”면서 “특히 전작권의 경우 한미안보협의회(SCM) 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의 보도들이 나왔는데,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당시 원론적인 수준의 내용이었지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고 한다”고 이유를 댔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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