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미 대선 최종 토론을 하고 있다.
[내슈빌=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미 대선 최종 토론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밤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 AP통신,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토론에서 두 후보는 첫 번째 TV토론 때보다는 전반적으로 더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 모두 이렇다 할 ‘한 방’은 없었으나 실질적인 정책 토론이 펼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가족, 인종, 기후변화, 국가안보, 리더십 등 6개 토론 주제에 대해 2분씩 답변을 했다.

먼저 두 후보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전망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염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고, 바이든 후보는 ‘어두운 겨울’을 앞두고 더 적극적인 연방정부의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NBC방송의 크리스틴 웰커가 코로나19와 관련한 계획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백신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제 이 병의 ‘면역자’라고 자랑하면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텍사스나 플로리다 같은 주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바이러스가 퇴색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 나에게 축하를 보냈다”고도 주장했는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는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연방정부의 대응을 엉망으로 만든 분열적이고 비윤리적인 지도자라고 비난했다. 또한 대규모 경기부양 지출, 대유행과 싸우는 주에 대한 새로운 원조, 그리고 전국적으로 건강관리와 근로자 복리후생 확대 등을 요구하며 1차 토론에서 언급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신의 정책 의제를 제시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대유행을 막기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이러스를 통제할 계획도 없이 올 한 해 중 가장 추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신은 모든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격려할 것이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이든 후보가 “어두운 겨울, 캄캄한 겨울로 접어들려고 하는데 뚜렷한 계획이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자 트럼프는 “우리는 전혀 어두운 겨울을 보낼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재개방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하자 바이든은 “우리는 그것과 함께 죽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바로 반론을 내기도 했다.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영향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그것(바이러스)이 여기에 온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비난을 면하려고 애썼다.

이번 토론 중 2분 답변 시간에는 상대방 후보의 마이크가 꺼지면서 두 후보는 특히 얼굴 표정과 제스처로 그들의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러시아의 전당포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입을 벌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떨구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국세청 감사 후 납세 신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재차 주장하자 바이든 후보는 “또 시작이네(here we go again)”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활짝 웃기도 했다.

미국 선거에 대한 외국의 간섭으로 토론 주제가 옮겨지면서 발언은 점차 개인적 공격으로 변했다. 바이든 후보는 러시아와 이란 같은 나라들이 선거운동을 조작한 데 대해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의 아들과 우크라이나 등 외국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다는 보도를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줄리아니의 행동을 조소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아들을 언급하며 “그들은 당신에게 돈을 지불했고, 지금도 그럴것”이라고 바이든이 외국 이익집단에게서 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내 평생 어떤 외국 정보원에게서도 돈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은행 계좌 의혹을 언급하면서 “세금 신고서를 공개하라. 아니면 부패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라”고 지적했다.

이민 정책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을 비난하며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으로 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집권 첫 100일 동안 무허가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민개혁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내세우며 한반도 전쟁을 피했다고 자찬했으며 오바마 전 행정부는 이런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두 후보 모두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해 발언할 것을 요청 받았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에 분명히 제도적 인종차별이 존재하며 인종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그의 행정부의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사사법개혁에 대한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며 바이든은 흑인이 불균형하게 수감된 1990년대 범죄법안을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아브라함 링컨 이후 자신은 어느 대통령보다 흑인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은 트럼프가 자신을 링컨에 비유한 데 대해 조소하며 “현대사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대통령 중 하나다. 인종차별주의 화재가 날 때마다 기름을 들이 붓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에게 왜 8년 동안 이민이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에 대해 공격할 때의 답변이 약했다고 CNN은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는 당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탓했기 때문이다. 또한 토론이 끝날 무렵 바이든은 때때로 집중을 못하고 말을 잘못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토론 당시보다 훨씬 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바이든 후보가 오랜 기간 부통령 등을 연임했을 때를 겨냥한 공격 역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는 바이든을 공격할 때 허위 사실을 쏟아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NN 팩트체커 다니엘 데일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1차토론 때보다 나쁘다”며 “트럼프의 의지가 선악을 막론하고 그에 대한 많은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과 진실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진행자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웰커는 어느 후보든 주어진 시간 이상으로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두 후보가 답하기 힘든 질문들 또한 서슴없이 던졌다. 또 토론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끌거나 이슈화하지 않았으며 실질적인 토론을 이끌었다고 CNN은 평가했다. 어느 토론에서든 불만이 많던 트럼프 대통령도 웰커의 토론 중재 능력을 인정했다.

한편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이미 4700만여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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