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제목만 심상치 않은 게 아니다. 내용도 신선하다. 책은 조선의 위인들과 서양의 위인들을 ‘라이벌’이라는 형식으로 묶어 세밀하게 비교하고 있다.

동서양 의학의 한 획을 그은 허준과 베살리우스, 봉건 타파의 깃발을 휘날린 허균과 세르반테스, 풍속화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문화를 꽃피운 김홍도와 호가스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 중 특히 흥선대원군과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비교는 상당히 흥미롭다. 거의 비슷한 시기를 살다 갔던 두 인물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현격하게 갈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두 사람의 업적이나 과오보다는 시대가 가져다준 ‘영광’과 ‘한계’가 그들의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하는 게 맞는 답이다.

일단, 빅토리아 여왕은 사랑하던 남편과 사별한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삶을 살았다. 1901년 1월 82살의 나이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난 여왕은 자기 시대에 이룩한 제국의 ‘영광’만을 봤다. 그 배면에 감춰진 그림자는 그녀의 몫이 아니었으며 영국의 흉한 꼴은 그녀의 사후에 드러났다.

저자는 “여왕은 가장 절묘한 시점에 태어나서 영국 왕실의 권위를 그 어떤 왕보다 드높이고, 영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을 건설해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반면 대원군은 땅에 떨어진 왕실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야망을 품고서 중년까지 갖은 굴욕을 당했다. 그러다 마침내 권력을 잡았지만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친형까지 적으로 돌리고 그들을 죽여야 자기가 사는 비운을 맞게 된다. 그러나 끝내 그 꿈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제국주의의 격랑이 거세게 일던 때였고, 그 시대의 허약한 조선을 이끌고 그 격랑을 헤쳐나가는 데는 과거 지향적인 그의 정치 철학이 시대착오였다. 어떤 사람들은 대원군에게서 ‘조선의 마지막 자존심’을 읽기도 하지만, 미래로 향하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자존심에 주어질 것이라고는 연민밖에 없다.”

책은 이렇듯 세계사적 인물을 우리 역사 속에서 찾아내며 결코 허름하지 않았던 조선의 위인들을 소개한다.

이경식 지음 / 휴먼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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