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중국 교육·문화·보건·체육 분야 전문가 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심포지엄을 주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중국 교육·문화·보건·체육 분야 전문가 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심포지엄을 주재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연설… 역대 2번째

전문가 “한국전쟁 참전 당위성 역설할 듯”

“中 애국주의 고취 수단으로 활용하는 분위기”

‘대미 메시지’ 여부엔 “직접 겨냥하지는 않을 것”

외교부, 中항미원조’ 주장에 “北남침이 역사적 사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최근 중국이 6.25 참전 70주년을 앞두고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3일 기념식에서 직접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뜻으로 ‘항미원조’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미중 갈등 속 시 주석 연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항미원조 기념일’은 6.25 전쟁 당시 중국이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지난 1950년 10월 25일로 지정됐다.

◆시진핑, 6.25 참전 기념식 참석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22일) “중국인민해방군의 항미원조 참여 7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23일 오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대회에 참석해 중요한 연설을 한다”고 알렸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연설은 20년 전 장쩌민 총서기에 이어 역대 2번째다. 기념식은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그가 이번 연설에서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앞선 행보에서 보여줬던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인민혁명군사박물관의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하면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한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6.25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면서 “70년 전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역사적 결정을 단호하게 내렸다”고 중국의 참전을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항미원조 정신은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모든 시련과 모든 강력한 적을 이겨내도록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을 고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도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항미원조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느냐. 당시 전쟁 참전의 당위성과 이미 중국은 70년 전 세계 최강인 미국을 한번 이겼다는 점을 역설할 것”이라며 “나아가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도 현재 자신들이 잘하고 있다. 이겨낼 수 있다는 등 중국인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고 전망했다.

다만 ‘대미 메시지’와 관련해선 “중국은 어떤 나라하고도 싸우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자국을 건드리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도지 싶다”면서 “미국을 자극하거나 직접 겨냥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진핑(오른쪽)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 사진과 무기 등이 전시됐다. 2020.10.20. [출처: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 사진과 무기 등이 전시됐다. 2020.10.20. [출처: 베이징=신화/뉴시스]

◆정부, 불편한 기색 역력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시 중국 참전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민간인 포함 한국민 50만명이 사망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외교부도 전날 시진핑 주석의 항미원조 발언 등과 관련해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취지의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한국전쟁 발발 등에 관해서는 이미 국제적 논쟁이 끝난 문제”라면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최근 앞서 시 주석이 참석한 전시회 등 관련 행사와 영화, 드라마 등을 대거 상영하고 있는데, 한국전쟁 참전 사실을 미중 간 격화하는 대립 속에서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 교수는 “이들 행사는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중화민족으로서 자신감, 자존심, 자부심을 키우는 게 주요 목적인 듯하다”면서 “중국의 힘을 보여주자는 측면이 강하고 이에 발맞춰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록물들을 통해 자족적 애국 의식을 높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통화에서 “중국의 경우 바이러스를 극복한데다 경제적으로는 나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강한 압박과 중국을 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닥친 현실에서 민족적 자신감을 불어넣고 애국주의에 기대면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겠다는 접근”이라고 해석했다.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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