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옵티머스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이 유령처럼 대한민국 천지를 떠돌고 있다. 옵티머스는 라틴어로 ‘최적의, 최고의, 가장 좋은, 최선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옵티무스(óptĭmus)라는 말에서 따온 자산운용사의 이름이다. ‘최적의’라는 뜻이 담긴 말이 어쩌다가 ‘최악의’라는 말과 동의어가 됐을까?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고객에게 550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라임의 손실 추정액은 1조 6천억에 이른다. 피해 액수가 천문학적인 것도 놀랍지만 이처럼 거대한 금융사기가 금융시스템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점이 더욱 놀랍다. 금융분야에서 사기를 치기로 작심하면 얼마든지 통한다는 걸 보여준 전형적인 예이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허술한 사회라는 말인가?

금융사기를 친 자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의 정부 측 인사와 정치권 인사들, 전 채동욱 검찰총장, 이헌재 경제부총리 같은 인물들과 정관계 인사들, 전직 군 장성 등이 관계된 걸 이용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모았다.

여든 야든 전직 정부 인사든 현직 정부 인사든 관여된 모든 사람은 철저히 수사해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법률의 미비로 처벌을 하지 못한다면 법률을 정비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현직 장관을 포함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사모펀드에 대한 점검과 검증도 없이 수억원의 돈을 맡긴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옵티머스에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속았다고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산을 불려 보겠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의 비뚤어진 욕망이 옵티머스에 힘을 실어줘 수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강탈당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가족 모두 합쳐 6억원을 옵티머스에 넣었다고 한다.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성 펀드에 참여한 진영 같은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얼마나 더 불려야 만족할 생각인가?

사기 친 사람도 문제지만 사기가 횡행하는데도 사기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무엇을 했는가? 금융당국의 기강이 똑바로 서 있는 나라라면 어떻게 조 단위의 사기를 치는 업체가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 20일 금융감독원은 라임의 등록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때늦은 라임에 대한 등록 취소는 금융당국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 아닌가 싶다. 금융당국의 책임자들은 통렬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도리다. 역사적 단죄를 받아야 할 자들이다.

2015년 박근혜 정권 시절 규제를 개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모펀드의 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고 펀드 투자 최소 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으며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탓에 우후죽순으로 자산운용사가 생겨 부실한 투자와 사기행각이 횡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지난 2018년에는 자본금 요건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더 낮춰 위험도를 더 높였다. 금융안전장치의 해체를 의미하는 규제 완화가 결국 괴물을 탄생시켰다.

금융당국과 정부는 금융규제 완화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안전장치와 점검체계를 확보하는 작업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 단위의 금융사기 사건이 터졌다.

자산운용사(옵티머스)-판매사(NH증권)-수탁회사(하나은행)-사무수탁사(예탁결제원)로 이어지는 자산운용 체계를 설계할 때 서로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했어야 했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 옵티머스 운영자들은 금융 점검 체계가 허술한 걸 이용해 인감과 서류를 위조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해 나갔다. 옵티머스 운영자들이 매우 나쁜 건 사실이지만 금융당국의 허술함이 거대한 악을 양산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들의 죄가 100배는 더 무겁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천문학적인 돈을 맡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관계자들을 고발했음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검찰이 법대로 처벌을 했다면 사기 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고 고장이 난 시스템은 상당 부분 고쳐졌을 것이다. 공수처가 하루빨리 출범해서 무혐의 처분한 검사들을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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