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경선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초 원내대표 선거에 안경률·이병석·이주영·황우여 의원 등 4명이 원내대표로 출마할 예정이었으나 이주영·황우여 의원이 단일화를 이루면서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안경률 의원은 ‘함께 내일로’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나선 진영 의원과 함께 정치 개혁과 중산층·서민을 위한 정책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황우여 의원은 계파 갈등 해소와 당청 관계 재정립을 내세우며 이주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을 영입해 본격적인 경선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당의 쇄신과 화합으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며 이병석-박진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예상됐던 경선은 친이재오계 안경률 의원과 친이상득계 이병석 의원의 양강구도였다. 하지만 중립계 황우여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전격 타결하면서 복잡해진 양상이다.

주목할 점은 4.27 재보선 이후 여권 쇄신론이 득세하면서 친이계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주류’ 친이계를 내리고 소장파나 중립 성향 의원이 올라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또다시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대리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에 “‘친이계’라서 안 된다”는 얘기가 들끓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쇄신’은 물 건너가는 상황이 초래된다.

계파 정치의 종착역은 ‘파멸’이다. 조선사나 현대 정치사가 이를 고증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이상득계니 이재오계니 중립이니 해서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고 나면 며칠 전 홍사덕 의원이 주장한 ‘분당(分黨)’ 사태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총선을 1년 앞둔 한나라당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진앙지는 친이-친박계로 나뉜 여권 내부의 갈등이었다. 지난 몇 년간 여권은 한국 정치의 한계성을 명백히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에 뽑는 원내 사령탑만큼은 계파를 초월해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산다. 이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또다시 계파 별로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심은 엄정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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