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3년 전인 2008년 9월 1일.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화려한 취임식을 갖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반드시 본선에 진출하고 세계 8강, 나아가 세계 4강의 꿈을 이루자는 것과 농구 저변확대를 위해 전 경기 TV 중계와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이겠다는 것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프로농구 단장들로 구성된 KBL 이사회의 추천에 의해 KBL 사령탑이 된 전육 총재는 농구와는 무관한 사람이었지만 프로농구를 위한 열정과 낙관주의를 드러내 보였다. 경기인들은 강력한 추진력을 보인 전육 총재에게 새로운 희망을 기대했다. 프로농구에 대한 전문성은 없지만 프로농구의 인기를 올려놓지 않을까 해서였다.

총재 취임 후 프로농구 시즌을 3번 치르며 3년이 지났다. 2010~2011 정규리그가 지난 주 전주 KCC가 최종 챔피언 결정전에 등극하며 6개월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로농구 초미의 관심사는 이제 전육 총재의 재임여부로 쏠리고 있다. 그가 재임을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과업에 대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오는 8월 말 3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전육 총재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YES’ 보다는 ‘NO’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취임 당시 밝혔던 주요 공약(公約)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런던 올림픽 본선 출전이 결코 순탄치 않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런던 올림픽 본선 출전권은 올해 9월 중국 무한에서 열릴 아시아선수권대회의 우승팀에게 주어지는데 강력한 우승후보 중국의 벽을 넘기가 힘들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중국의 높은 벽으로 은메달에 머물러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림픽 본선 8강, 4강 등은 꿈꾸기조차 어렵다는 생각이다.

프로농구 전 경기 TV 중계도 낙제점이다. 공중파에서 제대로 중계를 하지 않고 케이블 TV에서 경기를 주로 중계하다 보니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특히 시청률에서 겨울철 라이벌 종목인 프로배구에게 크게 밀렸고 언론 보도에서도 뒤처졌다는 사실이다. 언론들은 프로 농구의 실추된 위상 때문에 인기가 급상승한 프로배구를 우선적으로 보도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심판들의 잦은 판정 착오와 경기진행 미스 등도 재미있는 경기를 원하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올 전주 KCC와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심판들의 결정적인 오심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과 관중들의 눈높이에 비해 일부 심판들의 경기진행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3년 전 취임 시 의욕적으로 제시했던 청사진은 실종된 상황이다. 이같이 프로농구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뭘까?

첫째,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지 않고 대표팀에게 올림픽 성적을 올리라고 주문만 한 것은 무리였다. ‘오빠부대’의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 출전도 1명 보유로 축소하는 등 땜질식 처방을 해 경기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둘째, TV 중계의 다양화로 농구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KBL은 중계권료를 더 준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공중파 대신 케이블 TV를 수년간 주관방송으로 운영해 농구의 인기가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눈앞의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데만 관심을 두었지 프로농구 전체 판도를 고려하지 않는 대표적인 근시안적 정책이었다.

셋째, 이기주의로 상대 눈치나 살피며 전체 현안 해결에 무책임하고 미온적인 자세로 임한 각 팀들의 운영 스타일도 고질적인 문제였다. 심판의 질적인 향상 등 프로농구의 해묵은 문제는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팀 성적 올리는 데만 급급했다.

전육 총재가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농구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1997년 프로화를 선언하며 겨울철 프로스포츠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던 프로농구가 화려한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큰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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