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 ⓒ천지일보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1일자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천지일보DB

與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 견지

일부 의원‧지지자는 비난‧조롱

강성 친문, 소신파 동반 탈당 요구

여야, 금태섭 행보에 신경 곤두세울 듯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더불어민주당을 공식 탈당한 가운데 야권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서울시장 선거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 전 의원의 탈당 소식에 민주당 지도부는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고 야권은 금 전 의원과 꾸준한 접촉을 가질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 전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글을 통해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밝혔다.

그는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며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고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지만, 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리적인 토론도 없고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의) 충고는 저희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일단 떠나신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금 전 의원 탈당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일개인의 거취로 파장을 축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출처: 금태섭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0.10.21
(출처: 금태섭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0.10.21

하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일부 의원들은 금 전 의원의 탈당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금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도전장을 던졌던 김남국 의원은 최근에 보기 힘든 ‘철새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을 빨리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해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나 지역구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려는 계획과 민주당에서 한 번 더 국회의원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하루라도 다른 당에서 자리를 잡자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정청래 의원도 “정치를 계속하겠다니 국민의힘행보다는 국민의당행을 권한다”면서 “다음 총선을 생각하면 국민의힘이 더 당기겠지만 그래도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철수형이 외롭다. 이럴 때 힘 보태 주는 것이 사람”이라고 비꼬았다.

금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박쥐 한 마리 날아가서 참 다행이다”, “철새끼리 뭉쳐라” 등의 조롱 댓글이 달렸다. 당원 게시판에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는 취지의 성토 글이 이어졌다. 일부는 조응천·박용진·김해영 등 다른 의원의 동반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야권은 금 전 의원의 탈당 선언에 적극 호응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 “그건 두고 봐야 한다”며 “그 분의 의향이 어떤지는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다만, 무소속 홍준표‧김태호 의원 등의 복당 여부와 달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아 영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영 의원은 “부디 정치를 완전히 떠나지 말고 권토중래하시길 바란다”며 “조만간 우리가 함께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길”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도 “민주당 내부에는 합리적이고 훌륭한 지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그분들은 문제의식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그래서 금태섭 전 의원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금 전 의원의 생각과 판단에 상당히 같은 부분들이 있다”면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0.2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금 전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4건의 게시물을 연이어 올리며 “어차피 그 당(민주당), 바뀔 것 같지도 않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 잘했어요”, “옳은 판단이었다” 등의 견해를 밝혔다.

진 전 교수는 또 금 전 의원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설을 언급하며 “아무튼 그가 나온다면 내 한표는 그에게”라며 사실상 지지 선언을 했다.

금 전 의원의 탈당으로 인해 서울시장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금 전 의원 본인은 야권의 러브콜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궐선거 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금 전 의원이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의 입장에서도 민주당을 탈당하고 바로 야권 정당에 입당을 한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 전 의원이 보수 야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권 단일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민주당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수 야권의 후보로 나온다면 파급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야권 단일화가 된다면 소신파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보수와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군은 다양하지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으로 야기된 보궐선거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민주당과 최근 선거에서 연패를 하고 있고 인물난에 처한 국민의힘 모두 금 전 의원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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