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의 경제인사이트 23회차

‘정당 싸움’에 피해자 대책 뒷전

사모펀드 규제 완화 부작용 탓

운용·판매사·금융당국 공동책임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환매 중단으로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소비자금융원(가칭)’이 속히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1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인철의 경제인사이트’ 23회차 방송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모펀드 등 금융상품에 대해 이용자에게 근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의 위험성, 적합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공신력 높은 소비자금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위험성이 높은 투자상품에 대해 리스크 등급을 공인받게 하고 투자 가이드 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금융원 설립 문제가 공론화했음 좋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있긴 하나, 정부 산하가 아닌 국회 산하의 독립된 기구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사는 지난해 10월 고객의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켰고, 펀드 규모는 모(母)펀드 4개, 자(子)펀드 173개, 계좌 수 4616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 4천여명이 1조 7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신 교수는 “라임의 경우 위험성이 큰 비상장기업, 미국에서 부도가 난 무역회사에 투자하고 메자닌펀드 관련 투자 회사 주가가 폭락하는 등 여러모로 부실한 투자가 돼서 환매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한 마디로 민간중심의 부실, 불공정 투자”라고 설명했다. 반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론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해 5천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신 교수는 “옵티머스는 라임과 다르게 공공기관이 상당히 많이 투자했다. 한국마사회, 농어촌공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공공기관을 많이 끌어 들여서 좀 더 충격이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금용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동일한 피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엄격한 감독행정과 제도개선, 피해구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금용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동일한 피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엄격한 감독행정과 제도개선, 피해구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1

여기에 청와대와 여권 인사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도 번지면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책 논의보다는 엉뚱한 부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를 정당들이 당리당략에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들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면서 “신속하게 피해자에게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치와 입법적으로도 제도 보완을 마련해야 하는데 힘을 써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앞서 하나·우리은행을 포함한 판매사들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에 원금 100%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조정안에 따라 보상할 것을 수용했으며 총 1611억원 규모다. 또 금감원은 지난 18일 라임펀드의 손해배상을 위해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선배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판매사 가운데 우리은행과 KB증권이 이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피해자의 손실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의 경우 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90%까지 선지급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NH투자증권은 아직 확실한 보상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데는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5년 당시 적격투자자 요건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하고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최소자본요건도 40억원에서 10억원까지 낮췄다. 펀드사전심사제를 사후등록제로 변경하는 등의 규제 완화가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산운용사가 난립했다는 것이다. 강 사무처장은 “사모펀드를 은행, 증권사 같은 제도권에서 판매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제도권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보호 방안이 확립돼야 하는데 운용사는 규제가 매우 느슨하다”면서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사 등이 상호견제가 돼야 하는데 관련 의무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판매사의 권유가 없었다면 라임·옵티머스 펀드를 일반 고객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은행, 증권사는 수수료 등의 이익이 있으니 되도록 팔려고 했을 테고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신 교수는 투자자들도 사모펀드 성격상 리스크를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수집과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모펀드는 수익이 높은 대신 무조건 위험성이 수반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이상 투자를 안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천지TV ‘이인철의 경제인사이트(insight)’ ⓒ천지일보DB
천지TV ‘이인철의 경제인사이트(insight)’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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