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정면). (출처: 문화재청)
국보 제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정면). (출처: 문화재청)

정수리·가슴에 구멍 뚫린 이유는?… “피보시 아닌 신통력 상징”
15세기 한의학 서적·상회연·가야 출토 목걸이 3건 등은 보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고려시대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보물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1일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승격하고 이와 함께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언해)’와 17세기 공신들의 모임 상회연(相會宴)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그리고 가야문화권 출토 목걸이 3건을 포함해 총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보 제333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부터 고려 초에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한 시기에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전하지 않으며 ‘희랑대사좌상’이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이 재현돼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래되고 있다.

건칠기법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선 시대에 조성된 ‘여주 신륵사 조사상’(1636년), ‘영주 부석사 소조의상대사상(조선시대)’ 등 다른 조각상들과 달리 관념적이지 않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매우 생동감이 넘쳐 생전(生前)의 모습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고 문화재청을 평가했다.

‘희랑대사좌상’의 또 다른 특징은 ‘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는 그의 별칭을 상징하듯, 가슴에 작은 구멍(폭 0.5㎝, 길이 3.5㎝)이 뚫려 있는 것이다. 이 흉혈은 해인사 설화에 의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 정수리에 난 구멍)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하며, 유사한 모습을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1024년, 보물 제1000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보물 제2079호 ‘간이벽온방(언해)’는 1525년(중종 20년) 의관(醫官)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疫病, 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아울러 한글로 언해해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이며 1578년(선조 11년) 이전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것이다.

보물 제2080호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선조 연간(1567∼1608) 녹훈(錄勳)된 구공신(舊功臣)과 신공신(新功臣)들이 1604년(선조 37년) 11월 충훈부(忠勳府)에서 상회연을 개최한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김해 대성동 76호분 출토 목걸이’ 등 가야 시대 목걸이 3건은 ‘철의 왕국’으로 주로 알려진 가야가 다양한 유리 제품 가공 능력도 뛰어나 고유한 장신구 문화를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유물로, 출토 정황이 명확하고 보존상태가 좋으며 형태가 완전하여 역사ㆍ학술ㆍ예술 가치를 지닌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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