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22주기 5.3동의대사태 순직경찰 추도식이 3일 오전 10시 반 부산지방경찰청 동백공원에서 거행됐다. 이날 조현오 경찰청장, 허남식 부산시장과 부산지역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2주기 5·3동의대사태 순직경찰 추도행사 동백광장서 엄수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20여 년 전, 8살 아이는 몰랐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그러나 철부지 아들이 경찰관이 된 지금 저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아버지, 이제 저도 당신의 뜻을 받들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22주기 5.3동의대사태 순직 경찰 추모식에서 추도사에 나선 고(故) 최동문 경위의 아들 최봉규(31) 씨의 목소리가 중간 중간 가볍게 떨렸다.

▲ 고(故) 최동문 경위의 아들 최봉규(31)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최 씨는 지난 1989년 5월 3일 동의대사태로 아버지를 잃었다. 5·3동의대사태는 부정입학에 반대하며 대학생들이 도서관에 5명의 전경을 감금하며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감금된 전경들을 구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관 7명이 화재와 추락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사고로 숨진 경찰관 가운데 최 씨의 아버지 고 최동문 경위가 있었다.

“(부산) 남부경찰서 광민지구대 최봉규 순경.”

거수경례를 올리는 그의 눈빛이 빛났다. 최 씨는 지난해 5월 부산 남부경찰서 순경으로 특채돼 얼마 전부터 광민지구대에서 근무하게 됐다. 아버지와 같은 경찰이 되리라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그에게 오늘은 지난 1년의 초년 경찰 생활을 되돌아보고 사명에 대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을 터였다.

3일 오전 부산지방경찰청 동백광장에서 5·3동의대사태 순직경찰 추도식이 22번째를 맞이하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이날 행사 참석한 조현오 경찰청장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그날의 슬픔은 아직도 또렷하다”며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그대들이야말로 후배들의 귀감이고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며 “국가를 위한 이들의 희생이 잊히지 않도록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5·3동의대사태 순직 경찰들의 희생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게 된 지는 얼마 않됐다. 동의대사태가 민주화 시위로 인정되지 않아 순직자들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2년 이 시위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면서 ‘민주화운동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가족이 비로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 2009년 10월에는 부산지방경찰청이 동백공원에 추모비를 건립해 넓은 공간에서 추모객들이 순직한 경찰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순국 경찰관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를 ‘5.3동의대사태 순국 경찰관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동백광장에서 사진전을 연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재향경우회에서도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며 ‘동의대사태순국자들의명예회복에관한법안’을 국회에 통과시키고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 희생자들의 처우개선이 기대된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조현오 경찰청장과 국회의원과 허남식 부산시장, 전여옥 의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기관장·유관기관 단체장 및 유족 등 500여 명의 추모객이 추도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조현오 경찰청장과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순직경찰을 위한 추모비를 돌아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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