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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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받은 30개 기업이 사업개시 1년 만에 투자 유치액이 100배 늘고 매출 80배 증가와 더불어 신규채용도 10% 이상 늘었다. 아울러 대기 오염 감소, 창업 비용 감소, 자원 소모 절감 등 비정량적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9월 이후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받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조사 분석한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배달로봇’ 등 5건에 대해서는 제품·서비스를 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제도인 실증특례로 지정, 무알콜 주류 판매 서비스 등 2건에 대해서는 임시허가 등을 승인했다. 현재는 딜리드라이브 등 배달 로봇은 현행 도로교통법·녹지공원법상 영업이 불가능했다. 배달 로봇은 차도는 물론이고 보도에서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 이상의 로봇은 공원에도 출입할 수 없다. 로봇이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 등에 대비해 주행 영상을 촬영하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불특정 다수가 찍힐 수 있어서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특례로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개발한 로봇 ‘딜리드라이브’는 향후 2년간 서울 건국대와 수원 광교호수공원 일대에서 관련 서비스를 시험,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 내년 상반기부터 거리를 활보하며 음식을 배달할 수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상반기 딜리드라이브가 아파트 단지로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은 편리해지고, 회사는 추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현행 주세사무처리규정상 주류전문소매업자는 와인잔이나 치즈와 같은 관련 용품은 판매할 수 있어도, 무알콜 주류는 판매해도 되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류전문판매점에서 소비자가 사전에 스마트폰으로 무알콜 주류를 주문하면, 영업장에서 대기시간 없이 상품을 수령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미 무알콜 주류가 다양한 장소에서 판매되고 있고 소상공인 수입이 증대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코인노래방을 대체할 ‘노래부스’도 규제를 면제 받았다. 모바일 연계 노래부스는 공중전화 부스보다는 조금 더 큰 면적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한 부스다. 강제 공기 순환 시스템, 자외선 마이크 소독장치 등을 갖춰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래 검색과 노래방 예약, 결제 등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어 감염병 방지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이번 실증특례 승인으로 노래부스는 앞으로 대형쇼핑몰이나 식당, 터미널 등 개방된 공간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기버스에 무선충전장치를 부착, 버스정류장 하부에 무선충전기를 매설, 버스정류장 진입 전후와 정차 시 무선 충전하는 서비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사용자 주변의 상업시설·공공시설·편의시설과 목적지까지의 경로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시각장애인 보행 경로 안내서비스, 농어촌의 빈집을 최소 10년간 장기임대해 리모델링한 후 중개 플랫폼을 활용해 숙박시설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ICT 규제 샌드박스는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총 206건의 과제가 접수돼 신속처리 98건, 임시허가 30건, 실증특례 44건 등 172건이 처리됐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에도 신제품·서비스를 출시한 지정기업의 제품 판매와 서비스 이용자 증가 등이 이뤄지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지정기업의 누적 매출액이 158억 9000만원을 넘어섰으며 투자 유치 규모도 237억 7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ICT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계기로 신사업 추진을 위해 총 388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고용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앞에서 보여준 사례는 신산업분야에 규제 철폐가 매출, 투자 유치,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증사례다. 따라서 관계 부처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규제철폐를 목표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그전이라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 혁신 신서비스와 제품의 신속한 실증과 시장 출시를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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