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오전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제주도는 작년 12월5일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에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하지만 병원 측이 현행 의료법상 개원 기한인 지난달 4일까지 병원 운영을 하지않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들어선 헬스케어타운 전경.(제공:독자 강봉만씨)ⓒ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4월 17일 오전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제주도는 작년 12월5일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에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하지만 병원 측이 현행 의료법상 개원 기한인 지난달 4일까지 병원 운영을 하지않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들어선 헬스케어타운 전경.(제공:독자 강봉만씨)ⓒ천지일보 2019.4.17

“개설허가 후 3개월 이내 업무 시작하지 않은 건 위법”

‘외국인 대상으로만 운영 허가’ 관련 판단은 무기한 연기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원이 제주도에 들어설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행정1부(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녹지제주)이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어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선 선고를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제주도는 2018년 12월 5일 녹지병원이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내국인 상대로 영업을 못하게 한 데 반발해 녹지 측이 수개월 동안 병원 문을 열지 않았고, 이에 제주도는 이내 허가도 취소했다.

그러자 녹지 측은 지난해 2월과 4월 제주도가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해 개설을 허가한 것은 위법하고, 개설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반면 제주도는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 등이 애초 외국인에 한정됐고, 외국인의료기관 설치가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만큼 개설 조건에 대한 재량권은 도지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개설허가 공정력이 있는 이상, 개설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했어야 한다”며 “이는 개설허가에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1호 사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1호 영리병원 소송 결과가 나온 20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도 측 소송을 대리한 부성혁 변호사가 소송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녹지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출처: 뉴시스) 2020.10.20.
국내 1호 영리병원 소송 결과가 나온 20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도 측 소송을 대리한 부성혁 변호사가 소송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녹지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출처: 뉴시스) 2020.10.20.

의료법 64조는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기관이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에는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에 위법이 있더라도 당연무효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이 취소되기 전에는 누구도 그 위법을 이유로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가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선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재판부는 개설 허가조건 취소 소송에 대한 판단은 무기한 연기했다.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 제한 처분 취소 건은 이미 소송의 대상이 이미 소멸한 경우에 해당해 부적법한 소송이 되므로,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개설 자체가 취소되는 게 확정될 경우 개설 허가조건에 대한 소송은 의미가 없는 소송이 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의 판결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본안 판결이 가능한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선고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녹지 측이 대법원의 판단까지 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개설 조건에 대한 선고는 섣부르다는 게 재판부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허가취소처분이 취소돼 녹지병원의 개설허가가 되살아난다면 허가조건 취소 청구도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든 소송에서 승소해 앞으로 영리병원을 개설할 가능성이 없다”며 “판결문을 보면 모든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녹지 측은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면 외국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보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에도 원 지사는 “만약 녹지그룹 측이 ISD를 제기하더라도 패소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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