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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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2박 3일’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에서 어제 같은 오늘은 없고, 오늘 같은 내일도 없다. 어제는 이미 흘러간 시간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하루가 되고,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되면서 다시 새로운 하루가 열리는 것은 세월의 순리이다. 이렇게 어제, 오늘, 내일이 각각 다른 하루가 돼 평생을 이룬다는 생각에 좋은 하루가 좋은 일생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담은 ‘하루가 바로 일생이다!’라는 말이 찡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생명’과 연계돼 있는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매일 똑같게 주어지지만, 새로 열리는 아침은 사람에 따라 매일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기다려지는 하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하루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이란 ‘하루’는 소중한 ‘일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늘 새롭게 다가오는 ‘오늘’이란 시간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지만, 아침부터 시작되는 일들에서 만족을 누리는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직장 생활 시절 너무 바쁠 때나 지루한 일과가 이어질 때 자신도 모르게 하루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지나 보낼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재직 시절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10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퇴근해서 가족들과 즐겁게 보낸 하루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축복을 받고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며 철들어 맞이하는 인생의 첫 졸업인 대학 졸업 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제’가 돼 버린 학창시절이 미래의 꿈을 설계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매우 소중한 일생이었듯이, 정년이라는 ‘제2의 졸업’ 후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하루도 매우 소중한 일생이다. 

은퇴 후의 삶이 덤이 아닌 ‘제3의 인생(Third age)’이라고 제안했다가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맞이하는 은퇴 후 30년의 삶을 ‘뜨거운 인생(Hot age)’이라고 다시 제안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새들러 박사의 말을 떠올리며, 매일 맞이하고 있는 하루 일생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라는 생각에 자주 잠겨보곤 한다. ‘뜨거운 인생’의 여덟 번째 해를 지내고 있는 삶에서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선택’과 ‘변화’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며 젊은 시절 못지않게 살아가고픈 마음이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을 따라 건강과 활동력, 경제력, 할 일, 친구 등이 줄어들며 ‘제3의 졸업’으로 다가가는 삶의 여정에서 더 가지려는 마음보다 잃지 말아야 할 작은 것들을 지켜보고자 마음도 가다듬어본다. 

인생에서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것은 시간(Time), 말(Words) 그리고 기회(Opportunity)라는 이야기가 있다. 매일 새로 맞이해 시작하는 하루 일생에서 1분 1초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이는 하루의 삶 ‘오늘’에서 ‘지금’이 바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지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고, 내일을 다시 아름다운 오늘로 열어가기 위해 낙관적인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일생’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내가 축복을 받고 태어나 살아온 날을 개략적으로 계산해보니 2만 6천일이 넘고, 이는 62만 시간이 훨씬 넘는 엄청난 시간이다. 100세 장수시대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지만 새들러 박사가 제안한 은퇴 후 30년의 ‘뜨거운 인생’을 기준으로 내게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새로 맞이할 날은 8천일 정도이고, 이를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약 19만 시간 정도가 된다. 이 시간은 지금까지 삶을 살아온 62만 시간에 비해보면 매우 짧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 삶의 여정에서 다가오는 하루하루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며 지내야 ‘뜨거운 인생’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알고 싶어 하며, 호기심을 느끼는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인식하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하루 일생 ‘변화’의 시작이며,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매일 새아침으로 열리는 하루, 짧은 일생인 것일까. 전력 질주하며 바쁜 마음으로만 지내는 하루와 주변 산책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느긋한 마음으로 지내는 하루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오늘을 무의미하게 지내면 내일이 다시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 일생을 대충 마무리하고 지낸 건 아닌지 돌아보며, 내일 아침 눈을 떠 다시 맞이할 하루라는 일생을 꿈과 희망을 가지고 활짝 열어나가려 다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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