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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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종화 병무청장이 인구감소에 따른 사병의 축소를 생각할 때 모병제 전환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때라 밝히면서다. 이런 가운데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에 가도록 제도적으로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나왔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국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여성 징병제를 실시해야 합니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여성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가지는 의무를 오로지 남성만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여성 징병제 실시를 해야 하는 3가지 이유도 언급했다.

실제 국민 10명 중 6명은 모병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에 가도록 제도적으로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KBS가 16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8%는 여성 징병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35.4%다. 최근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여성 징병제와 모병제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세를 기준으로 현역 입영 자원이 현재는 29만명이지만 10년 뒤인 2030년에는 20만명으로 줄어든다. 2040년에는 14만명으로 급감한다.

이미 중국·이스라엘·북한 등은 여성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장교와 부사관으로 여성 군인을 모집하고 있다. 최근 10만명 이상이 참여한 ‘여성군 의무복무화’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부분에서 성평등을 강조하는 사회 흐름에 따라, 남성의 병역의무를 여성도 평등하게 이행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사실상 군입대 후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남성의 입장에선 제대 후 취업을 포함해 뚜렷한 혜택을 얻기 힘들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징병제. 대한민국 남자라면 벗어나기 힘든 군대에 대한 고민인데 사실 군 제대를 한 젊은 남성들은 자신이 복무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 부었지만, 사회는 그만큼에 대한 인정과 대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군 제대 후 오히려 등한시 되고 있는 젊은 남성들은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징병제로 복무하는 몇몇 국가들을 예로 들며 정당성을 펼치고 있다. 징집 국가인 이스라엘은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지만, 남녀의 복무기간은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북한 여성도 7년간 의무 복무를 하고 있다. 군대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당연히 싫어하는 여성들은 “여자가 군대 가면 평등해지나요?”라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전쟁이 나서 여자들이 할 것이 뭐가 있나요?”라며 스스로 약한 존재로 인정해버린다.

노르웨이에선 여성들이 나서서 여성 징병제를 추진했는데, 그 배경에는 성평등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여성들이 사회적 성평등을 주장하고 권리를 얻으려면, 먼저 그에 준하는 의무복무 서비스를 추진하고 성평등에 대해 강하게 항변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병역의무를 가지며 1997년생 출생자 이후부터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쪽 성만 이어져 온 징병제는 우리 사회 남녀차별의 근간이 되는 제도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당장 여성도 군대 가야 된다는 아젠다보다는 여성의 의무사회복무제를 제도화시켜 국가가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며 힘든 시기에 고통을 함께 분담할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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