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일본서 소설도 21만부 팔려

“한일 비슷한 성차별 문제 공유”

“日출생률 정책, 핵심 대책 없어 ”

[천지일보=이솜 기자] 한국의 여성들의 분투를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가운데,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9일 전했다.

동명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9일 일본에서 개봉했으며, 소설 역시 2018년 일본어판이 나온 이후 21만여부가 팔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에서는 김지영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직장, 결혼, 육아를 겪으며 생애 모든 단계에서 여성으로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니치는 82년생 김지영의 일본 개봉 후 첫 주말, 도쿄 신주쿠의 한 영화관에서 ‘40세의 지영 세대’를 목격했다며 관람객의 이야기를 전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이 여성은 영화를 본 후 마이니치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며 “일본과 한국은 설 연휴 기간에 부모님의 집에 가는 등 비슷한 풍습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여성은 아이를 낳은 후 적어도 3년 동안은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식의 구시대적인 규칙을 밀어붙인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재일동포로, 함께 영화를 봤다. 그는 원작이 한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어 주목했다며 “이 시대에는 여성이 짊어진 짐을 남자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우리) 부모님은 비교적 현대적인 편”이라며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부인이 “(남편의) 아버지가 한때 ‘아들이 집 밖에서도 일하는데 아직도 집에서 설거지 등 잡일을 한다’고 씁쓸하게 말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에서도 지영의 시어머니가 이와 같은 언급을 하기도 한다.

도쿄 다이쇼대 다나카 도시유키 교수는 남편이 지영에게 파란 셔츠가 어디에 있냐고 묻는 대목에서 부부로서의 현실을 봤다고 전했다. 다나카 교수는 “남편은 지영을 돕고 싶어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특별한 장면은 세제를 다시 채우는 일, 더러운 곳 청소 같은 잡일들은 모두 지영이 한 일이라는 것을 폭로했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일본은 남녀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남자가 밖에서 일하고 여자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성 역할’의 뿌리 깊은 생각 등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08위를 기록했고 일본은 121위로 더 떨어졌다. 지난달 일본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70.9%가 인력난 등을 이유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에 반대했다.

일본 페미니즘 전문 출판사 ‘엣세트라 북스(etc. books)’의 대표인 마츠오 아키코는 “(김지영의) 이야기는 일상생활에 혼합된 성차별을 시각화했다”며 “여성들이 자신이 힘든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26일 재팬타임스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출생률 증가를 위해 불임 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허용하겠다고 한 방침을 전하면서, 출생률 저하의 주된 문제인 여성의 취업과 경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82년생 김지영의 내용을 인용했다. 지영 역시 표면적으로는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직장에 들어가는 1세대에 속하지만, 맞벌이 가구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정부의 프로그램에도 가정을 지배하는 전통은 결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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