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총장 관련성 배제할 수 없어”

“서울중앙·남부지검 독립 수사”

7월 이어 두 번째 수사지휘

 

윤석열, 30분 만에 지휘 수용

“사기·비호세력 철저히 단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라임자산운용(라임)의 로비 의혹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라고 수사지휘했다. 윤 총장은 곧바로 지휘 수용 의사를 밝혔다.

추 장관은 이날 “라임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아래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라임 로비의혹 사건은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적했다.

또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므로 수사팀에게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의 진행을 일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윤 총장과 그 가족·측근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제기돼 수사 중에 있음에도 장기간 사건의 실체와 진상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사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윤 총장과 가족은 현재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시 배우자가 운영하는 ㈜코바나에서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수사 대상자인 회사 등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사건에 배우자가 관여됐다는 의혹 등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장모의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혐의에 대한 불입건 등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사건 관련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 및 불기소 등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 등도 제기됐다.

법무부의 발표 이후 대검찰청은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발표가 있은 지 30분 만의 일이었다.

대검은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이 라임 사건에 대해서만 언급했다는 점에서 윤 총장 가족 의혹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법무부는 16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찰 로비 주장과 관련해 “추 장관은 금일 라임 사건 관련 김 전 회장의 충격적인 폭로와 관련해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자 법무부에서 직접 감찰에 착수하도록 지시해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받게된 김봉현 회장(수원=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경찰 조사 받게된 김봉현 회장(수원=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이후 18일 법무부는 감찰결과를 발표하며 “검찰총장이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음에도,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선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법무부는 “현재까지의 감찰조사 결과와 제기되는 비위 의혹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 중인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중을 미리 내비친 것이다.

대검은 “윤 총장은 이와 같이 해당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라면서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즉각 반발했다. 

윤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턱도 없는 이야기다. 수사를 내가 왜 뭉개느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법무부의 수사지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결과만 보고받도록 지휘했다.

이에 윤 총장은 검사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수사지휘를 수사하지 않고 버텼으나, 결국 일주일 만에 지휘를 수용하며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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