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홍콩 서민들의 꿈 10평 임대아파트
[특파원 시선] 홍콩 서민들의 꿈 10평 임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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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도심. ⓒ천지일보DB
홍콩 도심. ⓒ천지일보DB

지난 5월 사망한 마카오 '카지노 대부' 스탠리 호의 세번째 부인이 이달 초 홍콩 부동산 뉴스에 등장했다.

그가 2천564스퀘어피트(약 238㎡·72평) 규모의 집을 월세 15만5천홍콩달러(약 2천만원)에 세를 놓았는데, 2013년에 비해 3분의 1이나 저렴한 가격이라 화제가 됐다.

반중시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로 고가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입은 한 예로 회자된 것이다.

비슷한 때 정반대의 부동산 뉴스도 나왔다.

홍콩 비영리 인권단체 SOCO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침대 하나가 간신히 놓이는 18스퀘어피트(약 1.67㎡·0.5평) 규모 방('공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의 월세는 작년 동기간보다 15% 상승했다는 소식이다.

경기 악화로 빈민들이 늘어나면서 땅 좁은 홍콩에서 한 몸 간신히 누일 공간의 월세는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으로 악명이 높은 홍콩에서 마주하게 되는 극심한 양극화의 현장이다.

이러한 홍콩에서 공공 임대아파트는 계층의 사다리 아랫부분에 자리한 서민들에게 평생의 꿈이다.

이른바 '닭장 집'(cage house) 혹은 '관짝 집'(coffin house)이라 불리는 '쪽방'의 탈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은 집을 여러 개의 공간으로 다시 쪼개 세를 놓는 '쪽방'은 60~90스퀘어피트(약 5.57~8.36㎡·1.68~2.52평) 규모로 매우 작다. 하지만 월세는 4천~5천홍콩달러(약 60만~75만원)로 물가를 고려해도 결코 싸지 않다. 이 작은 공간에 많게는 4~5식구도 산다.

인구 750만명의 홍콩에서 빈곤층은 100만명이 넘으며, 쪽방에 사는 사람이 20만여명이다.

이들에게 공공 임대주택 입주권은 '복권'과 같다.

지난 8월 31일 홍콩 교통주택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공공 임대주택의 절반 가량인 47.1%가 30.0~39.9㎡(약 9~12평) 크기다.

22.9%는 20.0~29.9㎡(약 6~9평)이며, 13.2%는 20.0㎡(약 6평) 이하다. 40.0㎡(약 12.1평)와 같거나 조금 큰 주택도 16.7%다. 쪽방의 몇배 크기다.

반면 월세는 ㎡당 60~75홍콩달러로 30.0㎡(약 9평)의 경우 1천800~2천250홍콩달러(약 26만~33만원)다. 쪽방보다 훨씬 싸다.

물론 70㎡(약 21평) 이하 민영 주택의 월세는 공공 주택보다 최소 4~6배 비싸다. 30.0㎡의 경우 월세가 7천890~1만2천950홍콩달러(약 116만~188만원)다.

공공 임대주택은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3만950홍콩달러(약 458만원), 자산 54만8천홍콩달러(약 8천103만원)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교통주택부 자료에는 입주까지 평균 5.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지만, 홍콩 언론에 따르면 8~10년을 기다리는 이들이 대다수다.

3월 31일 현재 공공 임대주택 신청자는 25만7천명이다.

홍콩 정부는 올해 공공 임대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이들이 입주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낼 수 있는 저렴한 조립식 주택을 선보였다.

80스퀘어피트(약 7.4㎡·2.2평) 쪽방에서 서너 식구가 살다가 290스퀘어피트(약 27㎡·8.14평)인 조립식 주택으로 이사를 온 이들은 식구들이 식탁에 함께 앉아 밥을 먹을 공간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세계 최고가 주택이 거래되는 홍콩에서 공공 임대주택 사업은 땅과 자금 부족으로 더디게 굴러가고 있다. 정부가 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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