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5일 뉴욕 5번가의 애플 매점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애플이 구형 아이폰 모델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것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30일(현지시간) 월 스트리트 저널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2018.1.31
뉴욕 5번가의 애플 매점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애플의 최초 ‘5G 지원’ 스마트폰인 아이폰12 시리즈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5G 품질 논란이 일어났듯이 미국에서도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2를 28㎓를 지원하는 ‘진짜 5G’로 소개했지만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애플은 5G 통신망이 거의 없는 유럽과 인도 등에서는 5G 홍보 내용을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이폰12’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5G를 통해 아이폰에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말했다. 애플은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12에만 ‘28㎓ 지원 안테나’를 장착해 미국 국민에게 5G의 정말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 IT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아이폰12의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데다가 5G 망에 접속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 4개 모델 전부 값비싼 5G로만 출시했으면서 5G 망이 없는 국가에는 아예 5G를 홍보하지 않았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버라이즌 5G는 T모바일보다 놀라운 속도가 나오지만 5G가 터지는 지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PC맥은 “버라이즌의 전국망 5G는 기존 4G에서 5G 데이터를 전송하는 동적 스펙트럼 공유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5G 최대 다운로드 속도(LTE의 20배)를 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IT 셀럽인 이샨 아가르왈은 “애플은 인도에서 5G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5G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에선 5G 홍보 내용을 뺐다”고 했다.

이같이 LTE의 20배 속도가 나오는 28㎓ 대역망의 5G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어려워 보인다. 영국 조사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28㎓를 주력망으로 하는 미국의 통신사 버라이즌의 5G 가용성(연결시간)은 0.4%에 불과했다. 2.5㎓ 대역을 사용하는 T모바일의 가용성 22.5%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SK텔레콤 15.4%, LG유플러스 15.1%, KT 12.5%보다도 떨어진다. 또 28㎓ 주파수를 이용한 5G 서비스의 전파 도달 거리는 3.5㎓ 주파수 대비 15% 이하이다. 도달 거리가 좁은 만큼 많은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만큼 큰 비용이 든다.

우리나라는 3.5㎓ 대역을 5G 주력망으로 쓰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에서도 LTE의 20배 빠른 모델로 소개된 5G는 28㎓ 대역망이 아닌 3.5㎓ 대역을 주력망으로 쓰면서 그 속도를 구현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5G 서비스 사용자들은 3.5㎓ 대역의 5G마저도 연결이 잘되지 않아 5G 요금제를 쓰면서 사실상 LTE를 더 많이 쓴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통신사들은 28㎓ 대역망을 정부와 공공기관의 5G 업무망부터 시작해 속도와 대용량 데이터가 필요한 초실감형 콘텐츠나 자율주행자동차 등 기업용 서비스(B2B)에 이용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28㎓ 주파수의 5G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8㎓를 이용한 5G 서비스는) 대개 기업 간 서비스(B2B)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실제 기업들과 그렇게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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