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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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평양에 가면 항미원조(抗美援朝) 기념탑이 있다. 평양에서의 위치가 좋아 전망도 괜찮고 누구나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다. 북한인뿐만 아니라 외국관광객들이 북한 여행할 때 단골로 들르는 명소이다. 당연히 중국인들도 북한 관광 상품을 사서 관광시 안내받는 필수 코스가 됐다. 그곳에 방문하면 중국인들로 하여금 자기 선조들이 북한을 도와 이렇게 생존시켜 지금의 깨끗한 평양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북한과 연대해 미국과 전쟁을 치러 승리했구나 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상징탑이 돼 있다. 이것보다 수십 배 작은 항미원조 기념탑이 북한 신의주와 붙어 있는 중국의 단동에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무역마찰부터 시작해 전(全) 방위적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전을 기점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에 참전하게 된 다큐멘터리 방송도 관영중앙CCTV에서 내보냈다. 일명 중국식 국뽕 교육에 가까운 일방적 중국시각을 담은 한편의 극(極)애국주의 방송이다. 이는 중화인민공화국이 1949년 10월 1일 성립된 후, 국내적으로 지금 대만의 국민당과 내전을 통해 획득한 공산당 정권이, 수습이 덜 된 상태에서 바로 참전을 고민하고, 1950년 10월 26일 압록강을 중심으로 국경 4개 지점에서 북한에 진입한 내용도 상세히 다뤘다. 또 ‘다른 사회주의 이웃나라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20만명의 인민해방군이 살아 돌아가지 못한 전쟁을 수행했다. 중국이 만들어진 직후인 그 어렵고 어려운 중국내 상황에서도 조선을 도와 미국을 이겼다’라는 선전선동을 담고 있다.

소위 애국주의 방송은 중국이 처한 국내외적 도전이 만만치 않을 때 흔히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수용하는 중국인민들은 위대한 자국이 대미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착각하는 역사에 도취돼, 잠시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를 잊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한다.

그런데 항미원조 전쟁과 관련된 방탄소년단(BTS)의 발언이 나왔다고 중국 젊은이들이 해석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한 행사였다. 한미협력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이다. BTS는 수상한 자리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고,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고 했다. 양국 간의 관계를 봐도 당연히 상식적인 수준의 발언이다. 중국의 중(中)자도 거론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의 네티즌들이 벌떼같이 인터넷에서 들고 일어났다. 미국이 적국인데 미국편을 든 정치성을 띤 것이라고 본 것이다.

소도 웃을 일이지만 이것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 극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국제적(?)중국인 젊은이들 상(像)이다. 중국이 개방되고 서구의 모습도 보고 어려움 없이 자란세대이다. 아편전쟁 이후 다시는 외세의 침탈이 없는, 굴욕의 역사가 없고 미국과 당당히 맞서는 국가가 된 사회주의 모범국이라고 교육을 받은 것이다. 공산당을 맹신하게 되고 자본주의 최선봉장 미국을 중심으로 그 위성국들을 적대시하는 경향들이 향후 더욱 노골화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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