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검사정비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검사정비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검사정비원 노동실태조사

14.3%만 연차휴가 법대로 사용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회사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는 언제 작성 하냐고 물어보니 ‘노무사가 써서 한 3주 후에 가져올 거예요 그때 쓸 겁니다’ 한 게 벌써 1년 지났습니다. 최근에 근로계약서 내용을 훑어보니 급여고 연차고 뭐 하나도 맞는 게 없었습니다. 계약서를 쓰고 나서 한 장 달라고 하니까 대표님 사인이 없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마침 대표님이 옆에 있어서 사인 좀 해달라고 하니까 바쁘다며 나중에 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 받고 있어요.

#2.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해야 한다고 해서 분위기를 보고 내키지 않았지만 사인을 했습니다. 그때 5년 치 서류를 한 번에 서명하면서 퇴직금을 받지도 않았는데, 받았다고 사인을 했어요. 검사원들이 퇴직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임금 체불당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급여에 다 포함해서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까 부랴부랴 서류를 만든 거죠.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검사정비모임이 지난 6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민간 자동차정비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검사원·정비사노동자 335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5%(226명)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교부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취업규칙을 본 적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5.4%(219명)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는 근로계약서에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을 명시해야 하고, 노동자에게 서면으로 교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114조에 의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직장갑질119는 “이는 근로기준법의 기본인 근로계약서 작성·교부와 취업규칙 게시 의무가 자동차 검사·정비소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동차정비·검사소의 67%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정비원들이 해당 업종에 종사한 기간은 길지만, 현 직장에서 일한 근속년수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시작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10년 이상 15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30.4%(102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년 이상’ 24.5%(82명), ‘5년 이상 10년 미만’ 10.7%(36명), ‘1년 이상 3년 미만’ 9.9%(33명), ‘3년 이상 5년 미만’ 4.5%(15명), ‘1년 미만’ 2.4%(8명) 순으로 조사됐다.

현 직장 근속년수에 대한 질문에 ‘1년 이상 3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31.6%(106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1년 미만’ 22.1%(74명), ‘5년 이상 10년 미만’ 15.5%(52명), ‘3년 이상 5년 미만’ 13.4%(45명), ‘10년 이상 15년 미만’ 10.4%(35명), ‘20년 이상’ 3.9%(13명), ‘15년 이상 20년 미만’ 3.0%(10명) 순으로 분석됐다.

직장갑질119는 “이는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 강도 등 열악한 근로조건이 낮은 근속년수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차휴가 사용방식을 묻는 질문에 ‘못 쓴다. 수당도 없다’는 응답이 54.0%(181명)로 가장 높았고, 이어 ‘회사가 정한 날에만 사용한다’는 응답이 15.5%로 나타났다.

연차휴가를 마음대로 쓰거나(14.3%) 수당으로 받는(5.4%)를 제외한 80.3%가 법정휴가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검사원119 스탭인 이상권 노무사는 “자동차검사원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의 최저기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철저한 사업장 감독에 나서 정비사업소 사업주들의 법위반을 적발하고 처벌해 법이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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