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0.17 (출처: 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0.17 (출처: 뉴시스)

文대통령 종전선언과 맞물려 주목

서훈·폼페이오 만남… 이견 시사한 듯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 거의 없어

“종전선언, 북미협상 마중물” 목소리도

“한미 만남은 입장차를 좁혀가는 과정”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내달(11월) 미국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최근 한국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을 한 시점과 맞물려 연쇄적으로 이뤄진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훈 등 핵심 인사들 줄줄이 미국행

청와대는 전날(15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13일부터 워싱턴을 방문 중”이라며 “이번 방미가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 관련 문제 협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9∼12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났고, 이후 김현종 안보실 2차장도 16∼20일 미국을 찾아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을 면담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같은 달 27∼30일 미국에서 비건 부장관을 만났다.

무엇보다 서훈 실장의 취임 후 첫 방미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미 대선을 20여일 앞둔 상황인데다 알려지지 않은 일정이었던 만큼 그의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간 꽉 막힌 북미 비핵화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합의점이 도출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에서다.

서 실장은 1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만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종전선언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제까지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라 한미 간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정도가 어떻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며 “너무 다른 해석, 과다한 해석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 실장은 “방미 기간 동안 종전선언을 놓고 특별히 깊이 있게 얘기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발언의 맥락을 보면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와 무관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련 속에 다뤄지는 문제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둘의 선후 문제 등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대선 전 북미 간 깜짝 접촉인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16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카드는 북미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동력 확보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라고 답했다.

조 위원은 이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정부가 들어설 경우 새로운 외교안보라인 인선 등 대북정책을 셋팅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북미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내세운 대화 재개 조건인 적대시정책 철회의 핵심이 종전선언인 만큼 미국과의 논의를 통해 의사가 합치되면 대선 이후 누가 당선이 되든 이 협의를 바탕으로 조기에 북미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정치적이고 상징적·가역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일단 북미대화를 견인하는 데 쓰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훈 국정원장이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원 간담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선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 관련 현황 보고가 이뤄졌다. ⓒ천지일보 2018.3.26
서훈 국가안보실장. ⓒ천지일보 DB

◆한미동맹 균열 봉합 행보 관측도

이와는 별도로 최근 한미관계가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한미동맹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선 행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발언하자, 미 국무부는 이튿날 “우리는 70년 역사의 동맹 및 미국과 한국, 역내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을 극도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내는 등 한미 간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회의 종료 직후 예정됐던 양국 국방장관의 기자회견이 취소됐고, 15일(현지시간)에는 외교부가 추진해왔던 국장급 협의체(가칭 ‘동맹대화’) 10월 개최가 사실상 무산됐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통화에서 “청와대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라고 하는데, 만난다는 것은 한미 간 논의해야 할 현안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양측 간 이견이 있다면 서로 만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조율해 가야 한다. 깍고 다듬고 해서 한미동맹을 튼튼히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갈등이란 것도 한미동맹 틀 내에서 벌어진 간극이여야 된다는 게 문 센터장의 설명이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우리 정부로서는 미측에 대한 불편함도 있고, 미측의 불만을 무마시켜야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일례로 종전선언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한편, 방위비나 전작권 등은 미국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만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한미 간 파열음이 일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입장차를 좁혀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우수근 산동대 교수는 “한마디로 불을 끄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할거다. 저렇게 할거다’라고 할 수 있는 역량(국력)이란 게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의 불편함을 다독이는 것이다. 이수혁 대사의 발언 등을 예를 들자면, 미국한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밀려났던 방미 성격인데다가 미국의 불만과 우려를 애써 달래는 쪽에 방점이 찍힌 방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서훈 실장이 이번 방미 활동과 관련해 “가장 기본적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얼마나 깊이 있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확인한 성과가 있다”고 언급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기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기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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