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시한 국정감사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국정감사가 진행 중에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다. 한마디로 야당이 보이질 않는다는 뜻이다. 국정감사는 정기국회 일정 가운데 가장 조명을 많이 받는다. 게다가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으로 볼 때 야당의 텃밭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야당이 그들의 정치역량을 가장 돋보이게 나타낼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기국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먼저 국민의힘이 크게 성찰해 볼 일이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핵심적인 증인과 참고인이 빠져서 ‘맹탕국감’이 돼 간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야당 의원으로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여당 입장에서는 자료제출과 증인 채택에 소극적이었다. 국민의힘도 과거 여당 때 그랬다. 따라서 매번 여당이나 증인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언제까지 증인과 참고인들의 깜짝 등장에만 시선을 끌게 할 것인가. 스타 증인 한 명이라도 불러내야 야당이 빛을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결국 국민의힘이 그동안 준비한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고 해야 한다. 속된 말로 ‘큰 것 한 방’이라도 터트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요상한 언행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라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국정감사의 내용과 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뜻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국정감사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다. 다시 말하면 새로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들이 대거 포진된 상태에서의 첫 국정감사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특히 제1야당 국민의힘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실망을 넘어 충격이다. 명색이 지금 국민의힘은 ‘비상’ 체제가 아닌가. 그럼에도 도무지 ‘비상’이란 상황인식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역량도 부족하고 위기의식도 없으며 열정도 없다. 심지어 전략도 없어 보인다. 입만 열면 추미애 얘기고, 눈만 마주치면 ‘권력형 게이트’라고 몰아붙인다. 무엇 하나 핵심을 찌르는 질의나 증거도 없다. 돌아가며 비슷한 얘기로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의힘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1야당이 이렇게 무기력하니까 집권당인 민주당의 태도도 별로 기대할 것 없다는 점이 아픈 대목이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국정감사를 한다면 도대체 국정은 누가 감시하고 견제하며 또 대안을 만들어 내겠는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다. 아직도 시간은 조금 남아있다. 능력이 안 되면 전략이라도, 그것도 어렵다면 몇 사람의 팀웍이라도 맞춰서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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