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서욱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개최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0.10.15. (출처: 뉴시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서욱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개최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0.10.15. (출처: 뉴시스)

제52차 SCM, 워싱턴서 개최… 양국 간 현안 논의

서욱 “조건 조기 구비해야” vs 에스퍼 “시간 걸릴 것”

국방부, 전작권 이견 지적에 “아직 결론에 도달 못해”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 빠진 덴 “감축 뜻은 아냐”

전문가 “방위비·주한미군 연계는 넌센스… 압박 전략일 뿐”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미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당초 이날 오후 12시께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장관의 결정으로 기자회견이 취소됐다”고 밝혔고, 한국 측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견 취소, 현안에 대한 입장차인 듯

미국이 회견 취소를 요구한 배경이 명확히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를 두고 사전에 예고된 회견을 취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 만큼, 양국이 현안에 대한 이견이 상당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이날 앞서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SCM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갖추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반면, 미국 측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미 군 당국은 애초 지난해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마친 데 이어 올해 완전운용능력(FOC),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검증해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 상반기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훈련이 축소되면서 2단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FOC 검증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미측은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우리 측이 먼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석상에서 분명히 한 것인데, 내년 중 2단계, 3단계를 모두 마무리해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우리 측 방침과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SCM 종료 후 합의문 성격의 공동성명에 “미래 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등 기존 방침과 함께, 에스퍼 장관의 “(전작권의) 구체적 소요 능력 및 기간을 결정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도 포함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 국방부에서 SCM 직후 취재진을 만나 관련 취지의 질문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조속히 진척시켜 전환을 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것을 하나하나 평가해나가는데 신중을 기해서 하자는 것”이라며 “이견이라기보다는 전환을 좀 더 어떻게 잘해나갈 것인가 논의하는 것이다.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도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 간 합의된 조건에 기초해 임기 내 전환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미국은 시기가 아닌 조건에 방점을 뒀다고 봐야한다”면서 “물론 중요한 지점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연합 억제력을 강화하는데 있다. 그간 과정을 보면 정부도 여건을 봐가면서 조속히 조율해 나가자는 것이지, 무조건 시기를 강조하는 것만은 아니지 싶다”고 말했다.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에스퍼 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 전환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고 서욱 장관은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에스퍼 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 전환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고 서욱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갖출 것"이라고 시각차를 보였다. 2020.10.15. (출처: 뉴시스)

◆美 방위비 분담금 압박

대신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에스퍼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협정공백이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6조원’을 동맹 준비태세까지 거론하며 압박한 것인데, ‘1조원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측과는 격차가 큰 상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50%로 낮췄다.

특히나 이번 공동성명엔 지난해에 있었던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빠져 주목됐다.

작년 SCM 공동성명엔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외주둔 미군의 귀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압박하면서 주둔미군 감축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와중에 관련 내용이 빠져 우려가 대두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련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한미군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운용의 융통성을 잡고 하는 건데, 그(공동성명) 중에 대비태세는 문제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를 연결하는 것은 넌센스라면서 “주한미군 감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방위비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위원은 “미군 재배치 문제는 중국의 제해권 장악과 관련이 있는데, 중국 미사일 사거리 안에 남중국해와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 다 들어와 있다”면서 “이미 중국이 일명 ‘괌킬러’라고 불리는 동펑16과 26 미사일 실험을 최근 강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괌 기지에 전략무기를 배치할 순 없다. 지상군을 공격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한미군 평택기지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굉장히 효율적인 기지였는데, 이제는 중국군의 타겟이 돼버렸다는 점에서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미 육군의 개념이 달라졌다. 지금처럼 고정적으로 배치하기 보다는 소규모로 분산하거나 수시로 이동 배치하는 방식, 즉 필요할 때마다 전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연계는 정치적 레토릭(수사)이자 압박 전략일 뿐이다. 미군 감축은 미 국방부가 세계전략을 재편하고 해외미군을 재조정하는 과정의 알환”이라며 “꼭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 있는 건 아니다. 미 대통령의 정치적 영역과 관료들이 전문적으로 하는 영역은 구분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외에 양국 장관은 대북 문제 관련해선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위해 한미 동맹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한이 지난 10일 대규모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문제도 거론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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