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세계 곳곳서 낙태법 ‘뜨거운 감자’… 美, 대선 앞 논란 가열
[이슈in] 세계 곳곳서 낙태법 ‘뜨거운 감자’… 美, 대선 앞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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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자 인준 청문회가 열리는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 밖에서 시위대가 손팻말 등을 들고 배럿 대법관 지명자 인준 찬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자 인준 청문회가 열리는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 밖에서 시위대가 손팻말 등을 들고 배럿 대법관 지명자 인준 찬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낙태의 합법 여부는 세계 정치권의 오래된 논제다.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며, ‘신의섭리’ 대 ‘인간’이라는 종교적 관념의 대결장이기도 하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이념이 덧붙여지고, 여성인권운동과 의료계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동성혼 합법화와 함께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회에서도 ‘낙태 문제’가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로 꼽혔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 지명자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선거운동의 장이 됐다며 이번 연방대법관 청문회에선 오바마케어와 여성의 낙태권, 총기 소지 등에 대해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48세의 배럿 판사는 인디애나주 가톨릭계 대학인 노터데임대 교수로 열성 가톨릭 신자다. 낙태 반대론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배럿 지명자가 적임자라고 밀어붙이고 있고 민주당은 배럿이 연방대법관이 되면 미국인 수백만명이 건강보험을 잃고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집중 공세를 피고 있다.

9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을 소개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9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을 소개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CNN은 14일(현지시간)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 지명자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선거운동의 장이 됐다며 이번 연방대법관 청문회에선 오바마케어와 여성의 낙태권, 총기 소지 등에 대해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48세의 배럿 판사는 인디애나주 가톨릭계 대학인 노터데임대 교수로 열성 가톨릭 신자다. 낙태 반대론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CNN은 11월 선거 후 있을 건강보험 정책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배럿 판사는 연방대법관의 균형추를 보수 쪽으로 기울이는 데 앞장서고 보수층 세력 결집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점령하고 있어 대법원은 곧 배럿 판사의 합류와 함께 보수 절대 우위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배럿 판사의 로즈대학 동문들도 집단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최근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배럿 지명자의 학부 동창생 1500여명이 배럿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대법관 지명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개 서한에서 “배럿을 모교의 졸업생으로 끌어안으려는 대학 측의 시도에 단호하고 격렬하게 반대한다”며 “배럿의 전력과 지명절차는 우리가 로즈대학에서 배운 진실·충성심·봉사의 가치에 180도 반한다”고 비난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지명자의 인준청문회에서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여성 낙태권을 인정한 '로대 웨이드' 판결 등 낙태 관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자, 배럿은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날 배럿 지명자는 낙태법 폐지에 대해서도 의견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에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그것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이라며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럽다”고 꼬집었다.

【뉴욕=AP/뉴시스】미 전역에서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9세 어린이가 낙태 금지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미 전역에서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9세 어린이가 낙태 금지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배럿 판사의 입장에 즉각 반발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보좌관을 역임했던 와일리 니켈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배럿 판사는 명확하게 대답했다”며 “그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낙태 반대론자인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은 낙태죄에 대해 더욱 정치적 이슈화가 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축소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지난 1973년 연방대법원이 “일률적인 낙태 처벌은 위헌”이라며 여성의 임신중절을 헌법적 권리로 최초 인정했다. 제소인과 검사 이름을 딴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은 이후 미국 사회에서도 큰 논쟁으로 이어졌고 미 정치권에서는 선거 공약으로 언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나는 생명을 존중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법관을 임명할 계획이며, 주 정부가 낙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제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낙태죄 폐지 이슈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원칙적으로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한국사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은 ‘역사적 퇴행’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7일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24주로 구분해 허용 요건을 차등 규정하는 등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낙태죄 헌법소원 대리인단은 “우선 우리 법률은 원칙적으로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법률에서 사람이란 자연인과 법인이고, 자연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죄가 엄격해질수록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임신중지와 그로 인한 모성 사망률이 증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종교계는 대체로 생명 존중의 종교적 가치를 들어 ‘태아부터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유지한 채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1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유럽은 시민 주도의 낙태죄 폐지 운동을 시작으로 낙태 관련 법 개정까지 이어지면서 임신중절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은 낙태에 대한 시각이 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디모인 국제공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디모인 국제공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최근 BBC에 따르면 폴란드에서는 낙태 허용여부가 최근 쟁점이 됐다. 폴란드 집권당은 산모의 건강이 위태로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 강간 등 원치 않는 임신도 포함할 정도로 수위 높은 금지다.

일본은 임신중절을 위해서는 전문가 2인의 승인 및 배우자 동의가 필요하다. 임신 22주 이내엔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시술이 합법화돼있다. 낙태 시술 지정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병원이 이를 정부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중국도 임신 12주 내 본인 요청에 따른 시술은 허용한다. 그 이후로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폭넓게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낙태가 자유롭지만 성별에 따른 선택적 낙태는 금지돼있다.

영국은 임신부가 원할 경우 2명의 의사 의견이 있다면 24주까지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낙태 허용 사유로는 모체 생명 보호를 비롯해 모체 신체·정신적 건강, 경제·사회적 사유, 본인 요청 등으로 폭넓다. 육체·정신적 건강에 위해를 끼칠 경우 24주 이내, 임신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경우는 주수에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태아의 생명권이 산모의 자유보다 우선시 돼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 중 한 곳이다. 다만 독일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불법성은 인정하면서도 의사에 대해 시술하는 12주 내의 인공임신중절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앨라배마주에서 강력한 낙태금지법을 발효하면서 낙태죄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졌고 지금도 미국 전역에서는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가 열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현재 미국 각 주에서는 낙태를 규제하는 법안이 잇따라 통과하는 추세라 당분간 낙태에 대한 찬반논쟁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낙태죄가 차기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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