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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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장관에 재발방지책 권고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난민인정신청을 처음 거부당한 후 변호사가 면접조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알아내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면접조서에 모두 거짓 정보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2. 난민면접조서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저는 절망감이 듭니다. 저는 한국 같은 문명국은 수단과는 달리 저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줄 줄 알았습니다.

난민 면접과정에서 신속심사로 인해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면 법무부도 책임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난민신청자들이 자신의 신청사유가 단지 ‘돈을 벌 목적’으로 왜곡됐다는 것과 그것이 한국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허위 내용으로 난민면접조서가 작성된 원인과 경위에 대한 조사와 피해자 구제와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남용적 신청자 등에게도 난민법 제8조 제1항의 심사절차가 적용돼, 심사가 장기화되는 문제와 난민신청이 체류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2014년 11월 신속심사를 도입했다. 2015년 9월에는 신속심사 처리 비율을 10% 상향해 40% 수준을 유지하면서 심사절차를 간소화하고, 난민심사전담 T/F를 운영하는 내용의 ‘난민심사 적체 해소방안’을 마련했다.

대다수의 난민 신청이 접수되는 사무소가 2016년에 심사한 현황을 살펴보면, 5010건 중 신속심사로 분류된 건수는 3436건(68.6%)이다. 이집트 국적자의 난민신청 838건 중 791건(94.4%)은 신속심사로 분류돼 처리됐고, 해당 진정사건의 피해자 9명도 신속심사로 면접이 이뤄졌다.

법무부는 난민전담공무원 1인 기준으로 월 15~25건의 난민심사를 처리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처리실적을 보고토록 했으나, 신속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는 월 40~44건을 처리목표로 설정토록 했다. 또 처리목표에 미달한 경우 경위서를 내도록 했고, 실제로도 담당 공무원들이 경위서를 제출한 사례가 1회 있었다.

인권위는 “신속심사가 제도적으로 도입·확대됐던 시기에, 남용적 신청이라는 예단 아래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이 난민 면접과정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며 “공무원 등에게 난민심사 처리목표를 설정하고 미달 시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한 법무부의 조치들이 이뤄지면서 난민신청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적법절차를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난민 면접과정을 직접 진행한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 등 개인의 일탈도 있었지만, 당시 신속심사를 도입한 난민심사 정책과 그 집행과정에 있어 법무부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이 받은 인권침해와 관련해 ▲법 개정을 통해 녹음·녹화 의무화 및 난민신청자에게 녹음·녹화 파일 등 생성자료의 열람과 복사 보장 ▲난민면접조서에 공무원 등의 이름 삭제 관행 시정 ▲난민심사 인력에 대한 훈련과정과 평가제도 마련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 방안 마련할 것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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