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는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상황은 내일을 예단하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K방역 성과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에 기여했고, 전세계 공장가동률 감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는 [코로나&코리아]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본래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마트도서관’이지만,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인류의 재앙 가운데서 외려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지일보 2020.8.28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본래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마트도서관’이지만,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인류의 재앙 가운데서 외려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지일보 2020.8.28

국내 도서관 ‘총 2만 263개’

휴관·개관 반복, ‘변화 계기’

집에서 즐기는 독서문화형성

‘북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도

디지털자료화에 750억 투입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정치·경제·사회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도서관에 대해서도 도서 생태계의 ‘새 판’이 마련되며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본지는 최근 도서관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모색되는 도서관 문화를 조명해봤다.

코로나19가 일상을 크게 흔들어 놓은 지 8개월이 지났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사상 초유의 전국 도서관 동시 휴관 사태가 길어지면서 도서관은 ‘위기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국내 도서관(2018년도 기준)은 국립도서관 3개, 공공도서관 1134개, 작은 도서관 6330개, 대학도서관 453개, 학교도서관 1만 1644개, 장애인도서관 36개, 교도소도서관 52개, 전문도서관 611개 등이 총 2만 263개가 있다. 지난 60일 동안 전국의 도서관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휴관·개관을 반복하고 있다.

◆ 독서활동, ‘오프라인→온라인’ 탈바꿈

코로나 시대에 들어 경기도 이천 마장도서관에서는 ‘2020년 내 방 안의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 방 안의 도서관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도서관 휴관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온라인 공간이다.

운영목적은 시민들이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독서 활동에 참여하면서 상호 소통과 공감 할 수 있는 온라인 독서 활동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경기도도서관 온라인 정책포럼’ 제1차 포럼에서 김은미 이천마장도서관 팀장은 내 방 안의 도서관을 활용해 독서활동을 즐기는 시민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한 시민은 내 방 안의 도서관에 대해 “코로나 블루 때문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시기에 버팀목이 됐다”며 “아이를 키우며 나를 위한 차 한잔의 여유도 없었는데 요즘엔 ‘시’ 필사를 통해 마음의 여유도 찾고, 좀 더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들어 경기도 이천 마장도서관에서는 ‘2020년 내 방 안의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 방 안의 도서관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도서관 휴관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온라인 공간이다. 사진은 김은미 이천마장도서관 팀장이 소개한 ‘내 방 안의 도서관’ 운영사례 ‘온라인 라이브 북토크’ (출처: 경기도도서관 온라인 정책포럼) ⓒ천지일보 2020.10.14
코로나 시대에 들어 경기도 이천 마장도서관에서는 ‘2020년 내 방 안의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 방 안의 도서관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도서관 휴관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온라인 공간이다. 사진은 김은미 이천마장도서관 팀장이 소개한 ‘내 방 안의 도서관’ 운영사례 ‘온라인 라이브 북토크’ (출처: 경기도도서관 온라인 정책포럼) ⓒ천지일보 2020.10.14

내 방 안의 도서관은 시즌1부터 시작해 시즌3까지 진행됐다.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글쓰기 ▲손 글씨 필사 ▲함께 읽기 ▲온라인 독서토론 ▲온라인 북토크 ▲온라인 북큐레이션 ▲도서관 옆 북크닉 ▲빨강머리사서의 I-Minute Englsih 등이 있다.

글쓰기 과정인 ‘100일 글쓰기 챌린지’는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도전프로그램이다. 또 자신이 작성한 글을 공유하며 프로그램의 다른 참가자와 따뜻한 피드백을 나누고,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손 글씨 필사과정인 ‘감성 한 잔 시 필사’는 매일 한 편의 시를 손 글씨로 필사 후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위로와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시를 감상하고 직접 필사하면서 코로나 블루 극복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온라인 독서토론회인 ‘방구석 도서관’은 스마트폰과 노트북만 있으면 방 안에서 충분히 열띤 독서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프로그램이다.

토론회 첫 번째 도서 선정은 사서가 하고 이후부터는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다음 토론 도서를 선정한다. 독서토론 3일 전까지 자신이 뽑은 논제를 카페에 올리고 올라온 논제를 취합해 토론 당일 자유·선택·통합 3가지 논제로 구분해 독서토론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댓글에 답글을 달면서 열띤 독서토론을 체험할 수 있다.

김 팀장은 “내 방 안의 도서관을 이용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며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이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서비스, 대면 최소화에 ‘집중’

코로나 시대 이후 도서관 시스템은 온라인에만 변화가 생긴 게 아니다. 오프라인의 경우 대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변화했다.

이용자와 도서관 관리자의 대면 접촉 기회를 줄이기 위해 대출 권수에 제한을 없앤 ‘예약도서대출서비스’를 실시하는가 하면 온라인으로 예약된 도서를 찾은 후 문자를 보내면 이용자가 방문해 책을 찾아가는 맞춤형 대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 대여할 책을 찾으면서 실내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도서를 찾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인 ‘이동도서관’ 버스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10.5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인 ‘이동도서관’ 버스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10.5

이뿐만 아니다. 몇몇 도서관들은 이용자가 예약한 책을 자동차로 직접 전달해주는 ‘북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하철역에 ‘무인도서대출반납기’를 설치해 비대면으로 운용하거나 미리 예약받은 책을 택배로 보내주는 우편서비스도 시행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코로나19로 인해 휴관됐지만 전자도서관 서비스는 지속돼 지난 6개월 동안 440만권이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의 내용을 전달 받을 수 있는 ‘복사우편’ 신청 서비스는 매달 300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이용률이 크게 증가했다.

◆ 도서관 사서 ‘비대면 서비스 역량 강화’

도서관들은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 사서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을 받은 사서들은 도서관 홈페이지와 블로그,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를 알리기 시작했고, 언택트·디지털 시대에 ‘지식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추가적인 교육들도 이수하고 있다.

◆ 방대한 데이터 구축 ‘포스트 코로나’ 대비

지난 7월 정부는 대국민보고대회를 통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도서관은 원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 지능형(AI) 정부(지식플랫폼) 과제로 선정됐다.

구체적으로 해당 사업은 국회도서관이 소장한 700만권에 가까운 도서(전자파일 등 포함)들을 DB로 구축하는 사업으로, 향후 5년간 해마다 150억원씩 총 750억원이 투입된다.

700만권의 정보를 디지털화하면 상당한 규모의 빅데이터가 되는데 이러한 작업에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적극 활용된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국회도서관이 700만권의 정보를 책으로만 갖고 있으면 현대적 의미의 빅데이터가 아니다”며 “이를 디지털화해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사업 예산은 이러한 과정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화의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도서관은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의 혁신 곧 ‘디지털 역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달 9월 러시아 보리스 옐친 대통령도서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도서관 디지털 소장자료 87만여건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코로나19 이후 도서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포럼에서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코로나 시대에 도서관이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제시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온라인·비대면 콘텐츠 다양화 ▲‘집에서 이용하는 도서관’ 서비스 강화 ▲디지털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 강화 ▲비대면 도서관 이용 환경 조성 ▲온라인·비대면 기술 인프라 강화 ▲도서관 안전망 구축 매뉴얼 마련 등이다.

서 관장은 “새로운 규범이 적용되는 도서관은 ‘온라인’과 ‘비대면’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안전한 도서관’”이라며 “이를 위해선 디지털 콘텐츠의 확보, 비상상황시 저작권이 있는 디지털 자료의 이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인적 자원의 재구성과 서비스 혁신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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