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가 통지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이용수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국회의원.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가 통지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이용수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국회의원. ⓒ천지일보 2020.10.14

“철거 결정 최종 철회해야”

“한국 피해자 상징뿐 아냐”

“소녀상, 후세교육의 심장”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세계 역사와 인권 문제 해결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 철거 주장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베를린 소녀상 철거 결정의 최종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앞 분수대에서 독일 베를린 미테구가 통지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할머니는 “중요한 역사의 증거인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며 “소녀상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과 슬픔이요, 후세 교육의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일본과 같이 2차 세계 대전 패전국이지만 일본과는 다르게 과거 역사를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에 앞장선 나라”라며 “세계 양심의 수도라고 부를 수 있는 베를린에서 소녀상이 철거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6살부터 끌려가서 갖은 고통과 고문과 설움을 당하면서 살아남았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소녀상은 나쁜 사람들의 행세를 고치기 위해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 독일의 소녀상은 절대로 세워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사죄·배상 안 하면 벌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의원은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전쟁 성폭력과 식민주의를 기억하고 다시는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못하게 하는 역사바로세우기의 상징”이라며 “일본의 소녀상 철거 압박에 굴복한 미테구가 위안부 문제와 전쟁 성폭력 문제를 직시해 최종적으로 철회 결정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이 할머니는 양 의원 등과 함께 서울 중구 주한독일대사관을 방문해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친필 성명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가 통지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이용수 할머니.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가 통지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이용수 할머니. ⓒ천지일보 2020.10.14

앞서 지난달 28일 독일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여성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베를린 미테구 공공부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일본 정부가 독일을 상대로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자 입장을 바꿨다.

일본정부는 제막식 이후 독일에 전방위적 외교 압박을 가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화상회담을 통해 소녀상 철거를 위한 협력을 촉구한 사실을 지난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인정한 바 있다.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철거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단체는 지난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현지 시민들의 소녀상 철거 관련 반발이 거세지자 미테구는 한발 물러섰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에 내일인 철거 시한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테구는 소녀상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우리는 복잡한 논쟁의 모든 당사자 입장과 우리의 입장을 철저히 따지는 데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며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간의 이익이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