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인근 식당에 ‘사랑제일교회 방문자는 식당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천지일보 2020.10.12
12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인근 식당에 ‘사랑제일교회 방문자는 식당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천지일보 2020.10.12

사랑제일교회 사태 두달

주변 상인들 여전히 ‘울상’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이제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그래도 저 교회는 여전히 쳐다도 보기 싫다.”

12일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10여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대, 여)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됐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이 방역적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8월 중순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당국은 약 2달간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해왔다.

방역당국과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를 폐쇄하고, 모임·집합을 금지시키자 신도들과 전광훈 목사 지지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일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일부 확진자들은 치료시설을 이탈하거나, 당국 관계자에게 욕설이나 침뱉기 등 과격한 행동을 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당시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봤던 건 주변 상인들이다.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지 벌써 2달 남짓 지난 가운데, 천지일보는 이날 사랑제일교회 인근 골목과 재래시장 등을 방문해봤다.

거리는 여전히 한산했지만 상권은 희미하게나마 되살아나고 있었다. 사랑제일교회를 기준으로 인근 200m 내 식당 중 대부분의 식당은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식당 2~4곳은 ‘코로나 확산으로 당분간 영업을 중지합니다’ 등 안내문을 내건 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예 임대를 내놓은 식당과 미용실도 2곳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교회 관계자분들은 출입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제일교회를 다녀오신 분들은 식당 방문을 자제해달라’ 등의 안내문도 여전했다.

오후 1시,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 기자가 이날 찾은 한 식당엔 네 팀의 손님들이 식사 중이었다. 이곳 주인장 최모씨는 “손님이 없을 때는 두 팀 정도 왔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손님이 많다”고 했다. 단골로 보이는 한 손님은 “사랑제일교회가 빨리 이사를 가야 할텐데”라고 중얼거렸다.

교회 주변 상인들은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끝나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계속해서 커졌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끊겼던 손님의 회복마저 이제는 힘들 것 같다는 불안감이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끊겼던 손님의 회복이 더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장위동에서 20~30년 장사했다는 이들도 이곳에선 희망이 없다며 이동하거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장위재래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2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장위재래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2

장위시장에서 30년 넘게 건어물 가게를 운영 해왔다는 박모(60대, 남, 서울 성북구)씨는 “지금 상인들이 얼마나 타격을 받고 있는지 말도 말라.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회복할 기미가 없다”며 “가게를 접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사랑제일교회에서)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씩 나올 때는 나도 무서워서 10일 동안 밖에 안 나왔다”며 “그 때 타격이 크다. 그나마 단골이 있는 집들은 버티지만 아닌 사람들은 벌써 보따리 쌌다”고 말했다.

가게 운영에 있어 아무래도 가장 큰 타격은 ‘이미지’였다. 8.15 광화문 집회 직전인 8월 10일 경 확진자가 처음 나오면서 접촉자들이 시장 상가와 주변 상가를 다녀갔다는 소문이 이 근방에 돌았었다. 실제로 접촉자가 가게를 들러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여정(50대, 여, 서울 성북구)씨는 “장위동에 산다는 이유로 다른 동네 사람들이 나를 피한다”며 “친구 모임에도 안 가고 내 지인들도 장위동에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서 장사가 더 되겠냐”며 씁쓸한 듯 웃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현재 성북 장위전통시장 상인회는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 상인들은 “사랑제일교회 인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앞으로 안 올 건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한 보수단체는 ‘장위동 재래시장 앞 주민들과 소통’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위동 주민과 소통이 주제였지만, 기자회견에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난만 쏟아졌다.  

애국순찰팀 황경구 단장은 정부가 방역을 구실로 이른바 코로나 계엄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코로나 2차 확산의 범인은 문재인 정부라는 주장을 폈다. 법원의 보석 취소로 재수감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두고는 정권이 만든 피해자라고 규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마치 교회가 모든 피해를 준 원인인양 떠들고 전광훈 목사를 지목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세력이 시장 앞에 와서 교회와 특정인물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돈을 받아주겠다고 상인들을 꼬드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 목사의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상인들이 전광훈 목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정숙(가명, 70대, 여, 서울 성북구)씨는 “나도 교회 다니지만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 하나님의 종이면 하나님의 종답게 살아야 한다”며 “우리교회 목사가 그렇게 하면 나는 교회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교회 교인들은 목사가 팬티만 입고 앞에서 뛸 테니 따라오라는 교육을 받아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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