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1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천지일보 DB

노동취약계층 규모 728만명

약 459만명 실업급여 못 받아

“취약노동계층 구제 집중해야”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비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외주 하청직으로 불리는 국내 필수노동자의 삶이 코로나19 펜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 어려워졌다.

다른 직업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우리사회 필수적인 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의 삶이 무너질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다양한 정책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심각한 경제 위기 등으로 노동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 관련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노동정책을 제안했다.

◆노동자에 직접 지원 유지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입법 추진 등 제도개선만 기대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취약계층은 하루하루가 절박한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적자를 감내하면서라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영업자나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프리랜서는 노조 보호막도 없고, 일터에서는 보호받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결국 나중에 다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서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직접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통해 노동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지원을 하고 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제도란 코로나19로 소득·매출이 감소한 일정소득 이하 특고·프리랜서 및 영세 자영업자 등의 생계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현금지원 정책이다.

다만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지급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모든 특고·프리랜서가 지원받을 수 없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자는 노무 제공 사실 확인서, 원천징수 영수증, 수당·수수료 지급 명세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정부에 제출 한 뒤 사실 확인을 받아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즉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5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4월에 발간한 ‘코로나19, 사회적 보호 사각지대의 규모와 대안적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노동시장 내에서 고용과 실업대책에 취약한 초단시간, 일일단기, 소규모 영세 사업체, 특고, 파견·용역 노동자의 규모는 약 728만명이다.

5인 미만 영세사업체 노동자가 378만 3000명, 특고 220만 9000명, 파견·용역 노동자 165만 5000명,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93만 20000명, 일용직 74만 8000명 등이다. 이 중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못 받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수는 약 459만명이다.

지난 7월 20일 1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으로 176만여명이 혜택을 받았지만,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신청인원이 20만명으로 제한돼 있다. 결국 노동 취약계층에 있는 절반 이상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 소장은 “정부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취약노동계층과 관련한 생계지원은 사실 ‘짠돌이’처럼 하고 있다”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취약노동계층 구제에 두고 지속가능한 직접지원 시스템을 고민해야 된다”고 밝혔다. 고용안정지원금과 같은 생계 유지비를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우이웃 돕기도 하는데, 지금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들이) 심각한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공적 예산을 들여서 공생할 수 있는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에 대한 직접지원의 필요성은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올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가구 근로소득이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조금 늘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다수 포함된 하위 20% 가구의 경우 정부 지원금으로 2분기를 버틴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20% 가구는 월평균 공적 이전 소득(정부 지원금)이 83만 3000원으로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은 지난 5월 직접 지원된 13조 2000억원 규모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지난 2분기를 버틸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급감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를 대상으로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신청 첫날인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현장접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급감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를 대상으로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신청 첫날인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현장접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생활임금 지급 위한 제도개선

이 소장은 중앙정부에서의 지원 이외에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당사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있는 제도 중 저임금 노동자나 취약계층노동자의 생계나 생존을 뒷받침하는 부분에서 행정력을 발동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며 “지금도 작동되고 있지만 공공부문에만 적용되는 생활임금을 민간부분으로 확대해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활임금은 임금 노동자가 실질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제도를 말한다. 근로자들의 주거비, 문화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을 지급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인천, 대전, 경기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소장은 “다만 취약계층노동자의 경우 직접 지원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하는 방안, 특히 임금이 중요하다”며 “최저임금과 같이 생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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