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중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11일 오전 녹화 중계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중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11일 오전 녹화 중계방송하고 있다.

북한 ‘다탄두 기술’ 확보 여부에 관심

핵탄두 소형화·PBV·대기권 재진입 등 핵심

“탑재 역량 갖춘 듯” vs 北에 너무 고급 기술

“北수준 감안하면 최첨단 기술 갖췄는지 불분명”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외형을 공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탄두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해 다수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미사일 수를 늘리지 않고도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이 기술(다탄두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탄두 2개 유형

다탄두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우선 MRV(Multiple Reentry Vehicle), 즉 다탄두 재돌입체는 하나의 표적에 여러 개의 핵탄두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라는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체로, 여러 개의 핵탄두가 각기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이다.

다탄두화가 가능하려면 먼저 핵무기의 소형화가 필수적이다. 핵탄두를 작게 만들수록 더 많은 탄두를 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급 핵탄두를 300㎏ 안팎까지 소형화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의 경우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아울러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 기술도 다탄두 전략화에 핵심 요소다. PBV는 우주에서 다탄두를 목표지점까지 정확하게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상당한 인공위성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치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ICBM은 발사 후 우주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탄두가 들어 있는 PBV를 분리하는데, 이때 PBV에 달린 로켓이 점화되어 탄두를 원하는 목표지점 상공까지 운반한다. PBV 중앙부에는 모터가 들어 있고 그 주위에 여러 개의 탄두가 있는 형태다.

이뿐 아니라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필수 요소인데, 실제 핵탄두를 실은 재돌입체가 대기권을 지나 하강할 때 음속의 20배, 최대 섭씨 1만도의 마찰열을 견디고 목표 지점에 투하돼야 ICBM의 실전 운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美전문가 평가 갈려

이처럼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에서 ‘과연 북한이 이들 기술들을 구현해낼 수 있었겠느냐’인데, 관련 전문가들 평가도 엇갈렸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1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이번 ICBM과 관련해 “실제 크기가 어떤지에 달렸지만, 여러 개의 핵탄두를 탑재하는 역량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새롭게 등장시킨 미사일은 지난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9축, 18륜)’보다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길이 21m가량인 화성-15형보다 2~3m가량 길어졌고, 직경도 화성-15형의 2m보다 커지면서 중량도 무거워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루이스 소장은 “화성-15형 엔진은 실제 한 개의 (연료 공급) 펌프를 달았지만 두 개의 연소실이 있다”면서 “연소실 두 개를 엔진 하나로 친다면, 새 미사일은 그런 엔진 두세 개를 갖췄을 것이다. 그래서 1단 로켓이 두세 배 정도 기존보다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내보인 4기의 ICBM에 각각 3개의 탄두가 탑재되면 모두 12개의 탄두로 공격하게 된다는 의미로, 알래스카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제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VOA에 “많은 이들이 MIRV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미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고급 기술”이라며 “이는 그들이 갖고자 열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갖기엔 꽤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윌리엄스 부국장은 “발사했을 때 같은 궤도로 날다가 모두 대략 동일 목표에 떨어지는 다소 조악한 형태가 있고, MIRV가 향상된 타입이 있다”며 “전자는 가까운 미래에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후자인 MIRV가 향상된 타입은 북한의 역량 면에선 아직 보유하기엔 갈 길이 멀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 다탄두 가능성 낮아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의 신형 ICBM이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을 낮게 보는 평가가 많았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다탄두 기술은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 PBV 기술, 대기권 재진입 등이 핵심인데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은 것들”이라면서 “우선 핵탄두 소형화가 불분명한데다 북한이 지난 2017년 공개한 수소폭탄을 감안하면 기술수준이 아직까지는 일러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PBV는 인공위성 기술이 관건인데, 북한이 그간 위성을 정상적으로 궤도 진입시킨 사례가 드물다는 점은 관련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앞으로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기술검증 전일뿐만 아니라 아직 시험발사 경험도 없다. 북한이 기술 확보를 했다고 보기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대기권 재진입도 마찬가지다. 대기권 진입을 위해선 엄청난 고열을 견뎌야 하는데, 북한이 이 같은 고열을 극복하는 재료 기술을 확보했는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통일센터장은 통화에서 “북한이 공개한 ICBM의 탄두 부분의 모양으로 봐선 다탄두 탑재형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실험발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완성된 무기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면서 “향후 ICBM 시험발사 결과에 따라 명확하게 판가름이 날 텐데, 북한의 도발 여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지연이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정작 시험발사가 가시화된다면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불어오는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앞서 대응책 마련 등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군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새 ICBM 외형만 공개했을 뿐 발사는 하지 않았다”면서 “실제 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다탄두 탑재 여부와 세계 최장거리 ICBM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외형적인 영상만 공개된 부분인지라 추가적인 정밀분석이 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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