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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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까지 기업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인력을 투입해 개발했지만 소프트웨어(SW)는 무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심지어 공급업계에서는 구매처가 HW를 구입하면서 SW는 무료로 납품할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또한 감사원이나 내부 감사시 SW를 고가로 구입했다거나 유료로 구입했다는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당시 정보통신부에서는 SW 산업 육성차원에서 SW 자산이 합리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SW 대가기준을 만들었다. 공공기관부터 먼저 이 기준을 적용하고 민간으로 확대를 유도해 왔다. 그 이후 정부는 정기적으로 대가기준을 개정해 SW 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노력해 왔다.  

그러나 SW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SW 회사가 연구개발비(R&D)로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지만 현행 회계기준상 SW 개발 투입비 등은 자산화 되지 못하고 당기비용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SW R&D 비용이 모두 제외되면서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금융기관에서 필요한 자금을 차입할 경우 차입자금 규모가 축소되고 차입이자율 상승 등 악순환을 겪는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는 SW 가치를 평가하는 대가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W 제품 기술가치·기업가치에 대한 시장평가 적용조사·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상용 SW 제품 기술가치와 이를 개발·판매하는 기업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기준과 적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과제다. 이번 연구과제에서 SW 기술 금융 제도 보완 사항 도출, 해외 사례 비교 분석, 새로운 SW 시장 평가지수, 새로운 SW 가치평가 운영방안 등을 포함한다. 

과기정통부는 “SW 가치평가 연구는 최종 확정 단계라기보다 현황과 문제점 등을 파악하는 사전 단계”라면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타 부처와 협의하는 등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상용SW협회는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SW 시장 평가지수(가칭 ‘Korea Software Value Index’)도 검토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상용SW협회의 평가지수는 SW 제품 매출뿐 아니라 유지관리·보수 실적 등 SW 관련 여러 가치 실적을 반영해 만든 지수다. 협회는 자신이 만든 평가지수가 실제 현장에 반영되면 SW기업 실질 매출 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분야에 SW 기술이 도입되면서 SW 기술을 ‘자산’으로 보유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아직까지 SW가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핵심 자산인 SW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SW 개발기업 역시 타격을 입는다. 금융지원이 필요할 때 핵심 자산인 SW 가치가 낮게 평가돼 지원 금액이 줄어든다. 자산평가에서도 SW가 제외되면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SW 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자산평가에서도 SW가 포함되면 기업이 금융 지원이 필요할 때 용이하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 받을 수 있고 SW 기업 가치가 높아져 투자유치나 사업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된 SW 대가기준을 만들어 SW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SW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어나고 SW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SW 대가기준이 공공기관 등에서 SW 구매 시 가격결정의 상한선이 돼 고부가가치 SW 개발 의욕을 저하시키는 우(遇)는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SW 대가기준 마련 시 최우선 목표는 SW 산업 육성에 두고 각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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