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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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4차례 추경을 반영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43.9%로 2년 뒤 국가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채무비율은 50%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2024년 국가부채비율은 58.6%로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재 국가부채 수준과 증가속도,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10년 후 80%에 육박하고 2040년에는 우리나라 GDP 규모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더 높은 10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해 국가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재정준칙이란 국가빚 상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으로 상한선을 정해 놓고 재정건전성을 유지, 관리하는 제도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90여개 국가가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과 재정적자의 위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정부가 밝힌 한국형 재정준칙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를 GDP대비 60% 이내로 관리하거나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를 마이너스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두 기준 가운데 한쪽 기준을 충족하면 다른 한쪽 기준이 미달해도 재정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또 전쟁이나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재정준칙 예외 규정을 두는 가하면 5년마다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을 통해서 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시행시기를 2025년 회계연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예외규정을 폭 넓게 두고 있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정부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으로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허술한 맹탕 준칙이라고 규정하고 현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차기정부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입법 예고를 거쳐 올 연말까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국가채무비율 60%를 상한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재정준칙이 느슨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여러 가지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서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여야의 정치적이고 자의적 해석을 차치해두고라도 국가부채는 말 그대로 언젠가는 갚아야 할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국가빚을 줄이거나 갚으려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방안에 대해 국회 통과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한국 정부의 부채가 단기간에 급격히 치솟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압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앞서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 수준인 ‘AA-’로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빠른 나랏빚 증가속도는 위험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한국이 단기적인 재정 여력을 갖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한 지출 압력이 큰 상황에서 늘어나는 정부 부채는 재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 부채의 위험성을 낮추려면 정부 투자지출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재정준칙 시행 시기도 중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정부 재원이 보편적 복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사용되기보다는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더 많이 투입돼야 한다.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가빚으로 미래세대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부채다이어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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