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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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가 약 1년간 이어지면서 오디션 열풍이 상당히 가라앉은 모양새다. 리얼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했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배우, 가수 지망생들에게 도전의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문화예술산업 시장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난 후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이 분야의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과 무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연극영화과나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과 현직에 있는 무명 배우나 가수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그 누구보다 힘든 시기에 놓여있다. 대학로 연극배우 3년차인 정모씨는 코로나로 인해 작품이 없어지고 오디션 기회마저 끊기자 낮에는 배달, 저녁에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무명 배우들에게 오디션은 아티스트로 변형되는 입문의 시작이다. 바늘구멍보다 어렵다는 인식과 틀에 박힌 대형기획사 캐스팅에 비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인도 혼자 힘으로 도전하고 꿈을 이뤄가는 설계를 할 수 있다.

코로나는 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배우나 가수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고 관객들은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처럼 치열하고 가혹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열풍이 식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여파도 크지만 그건 무엇보다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뮤지션의 스타성이 약해 대중성이 떨어진 이유와 제도권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흡수되는 뮤지션이 감소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오디션 지원자들도 높은 장벽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미끄러지고 쉽게 포기하고 만다. 간절히 원했던 배우와 가수에 대한 꿈을 몇 번의 오디션 좌절로 떠나버리는 요즘 젊은이들. 준비가 되지 않았던 그들은 너무 일찍부터 망상에 젖어 스타를 꿈꾼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기고 비슷한 역량을 가진 지원자들은 수만명이다.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남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도 갖추지 못한 채 몇 번 노크한 뒤 쉽게 포기해버린다.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에 최종 우승을 했지만, 한없이 높은 장벽과 치열한 경쟁률로 인해 미끄러지고 대중이 희망하는 코드를 잡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롤모델이 되는 것은 희박하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은 충분하다.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변화와 노력을 펼칠 수 있는 공식적 무대가 필요하다. 그 선택은 바로 대중이 해야 한다.

연극영화과를 갓 졸업한 김모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폐지되면서 도전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이전처럼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마음껏 무대에서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새로운 실력자에게 연예기획사는 다양한 수작업을 거쳐 스타를 생산하고 대중이 원하는 명품을 제작한다.

지금도 많은 청소년이 TV 화면에 나오는 스타를 꿈꾸며 연예인을 동경하며 문화예술에 도전한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저변 확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스타시스템을 통해 대중에게 기회를 주고 대형화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아티스트를 양성해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개편과 확대로 코드에 맞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스타들을 발굴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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