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꼭두박물관 개관 1주년을 맞아 김옥랑 관장으로부터 박물관 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물관 경영 이야기를 듣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 4월 29일은 꼭두박물관(관장 김옥랑) 개관 1주년이었다. 대학로 한복판에 박물관을 짓는다고 해서 주변에선 우려를 표했지만, 김옥랑 관장은 지난해 당당하게 개관 신고식을 치른 뒤 1년이 지난 지금 호평을 받으며 첫 돌을 맞았다.

김 관장은 지난해 3번의 기획전시와 비엔날레 참가, 해외전시까지 치르며 꼭두를 알려왔다.

꼭두란 전통 상례문화에서 사용됐던 나무 조각품을 말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망자(亡子)를 묘지까지 운반할 때 상여의 둘레에 꼭두를 배치했다. 이때 꼭두는 망자의 영혼을 잡귀로부터 수호하고 죽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던 것.

김 관장은 30년 전 골동품 가게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이 꼭두를 처음 접한 뒤 지금까지 애지중지 모아왔다. 꼭두에는 우리나라의 전통 상여문화가 담긴 것은 물론 한국인의 정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고 판단한 김 관장은 꼭두가 지닌 문화적 가치를 되살려 전통문화의 하나로 복원한 셈이다.

2007년부터 미국 6개주를 돌면서 꼭두를 전시해 온 결과, 외국에선 꼭두를 한국의 한 문화로 인식해 인기가 좋다고 말한다.

이같이 꼭두를 통해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는 김옥랑 관장에게 박물관 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옥랑 관장과 일문일답.

Q. 1주년을 맞았는데, 감회가 어떤가.

- 벌써 그렇게 됐나 싶다. 정신없이 살아서 그런지 실감이 잘 안 난다. 나야 소위 예술 경영 경력만 20년이 넘었지만, 박물관 관장으로서는 초보가 아닌가. (웃음)

신나게 배우면서 일하고 있는 가운데 전시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선보이려 했고, 새롭게 도록과 소식지도 펴냈다. 아트숍도 열면서 교육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이제 겨우 대학로의 대표적 이색박물관으로서 존재감 정도는 성취한 것 같다.

Q. 전시 얘기가 나왔는데, 기획전시가 벌써 3회째다.

- 맞다. 박물관 내 기획전시만 1년에 3번을 치러냈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었기에 가능하긴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물관이라면 역시 소장품과 전시로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신생박물관으로서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겠다 싶어 그 동안의 모든 전시를 꼭두와 관련된 것으로 자체 기획했다. 다양한전시를 개최함으로써 공격적인 행보를 선보인 것도 그런 연유다.

Q. 그러고 보니 외부전시도 있었다.

- ‘김옥랑 꼭두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2010 광주 비엔날레에 초청돼 200여 점의 꼭두를 선보였다. 또 3년 동안 6개주를 순회한 미국전시도 2010년 11월 UCLA 파울러 미술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올해도 해외에 꼭두를 선보이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꼭두가 아직 국내에도 충분히 알려졌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국외전시를 게을리 하고 싶진 않다. 국외전시도 그 나름대로의 보람이 있다.

Q. 공연과 영화로 이름난 동숭아트센터가 꼭두박물관을 연다고 했을 때, 의아한 면도 없지 않았는데.

- 꼭두와 나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70년 대 초반부터다. 그 인연의 세월을 지나오니 어느덧 2만여 점의 꼭두가 모였고, 유사 박물관 중에선 가장 많은 컬렉션을 보유하게 됐다. 나의 첫 프로젝트는 꼭두극을 올리는 극단사업이었고, 그로부터 5년 뒤에야 동숭아트센터가 세워졌다.

지금까지 벌여온 모든 문화사업이 결국은 꼭두와 인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이야기다. 꼭두의 문화적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동숭아트센터가 내세우는 ‘전통의 현재적 재창조’라는 신조로 발전한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 우린 민간 복합문화공간이라 국가의 지원이 없다. 기특하게도 박물관 연구원들이 여기저기서 기금을 따온다. 그 돈으로 여름에 새로운 전시도 개최하고 또 다른 상여도 제작할 생각이다. 언젠가 직원들에게 ‘대표라는 호칭 대신 관장이란 호칭을 써달라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는 박물관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동숭아트센터가 이제 스물을 넘긴 청년으로 자랐다면, 꼭두박물관은 갓 돌이 된 셈이다. 갈 길이 멀고, 나의 예술경영 라운드도 다시 시작이다. 많은 분들이 애정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 꼭두박물관에 전시된 여러 가지 꼭두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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