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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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분석을 통해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전자정보를 압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고, 피의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장기간 돌려주지 않은 행위는 헌법 제12조에서 규정한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지난해 11월경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증거분석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따른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며 “또한 수사관이 증거분석이 모두 종료된 후에도 장기간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담당 수사관은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결과, 압수해 증거로 사용할만한 새로운 전자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담당 수사관의 주장과 달리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수사관의 행위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디지털 증거분석을 통해 확보된 전자정보 중 범죄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한 탐색·출력·복제 과정이 종료돼 보전의 필요성이 없어진 정보는 지체 없이 삭제·폐기돼야 한다”며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보받은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하지 않은 채 CD에 복제해 사건기록에 첨부한 것을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전화에는 방대한 내용의 사생활 정보가 포함돼 있으므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 과정에서 관계인 등에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수사기관에 의해 다른 범죄의 수사 단서 내지 증거로 위법하게 사용되는 등 새로운 법익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반환 지연과 관련해 담당 수사관은 A씨가 공범으로부터 연락이 올 수 있으니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계속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뒤늦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수사관에게 휴대전화를 계속 보관하면서 공범의 연락을 확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내용의 사건기록, 동의서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A씨가 지난 1월경 구치소 근무자에게 휴대전화가 없어 답답하다는 취지로 상담한 후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우편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A씨에 대한 수사를 주도한 주임검사 역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해당 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에게 수사를 진행한 수사관과 검사에 대해 각각 경고 및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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