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거짓말쟁이 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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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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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컴브리아(cumbria) 카운티는 도시가 그림처럼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상영돼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영화 ‘이프 온리(If Only)’의 촬영무대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는 매년 11월 ‘세계 최고 거짓말대회’가 열린다. 19세기에 술집을 경영했던 윌 릿슨 노인이 창시, 2백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룰이 하나 있다. 정치인 변호사는 절대 입장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거짓말에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다. 19세기 영국에서도 정치인이나 변호사들은 ‘거짓말쟁이’라고 평을 받았던 모양이다.

2007년 우승 트로피를 받은 이는 영국 성공회의 주교였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라는 말로 참가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우리 속담에도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라는 말이 있다.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지칭이다. 닭을 훔쳐 잡아먹고도 낯 두껍게도 안 먹었다고 증거로 내민 것이 금방 탄로 날 오리발이었다.

민담의 주인공 봉이 김선달의 거짓말은 권선징악이 있어 재미있다. 평양 출신인 선달은 서북인 차별정책과 낮은 문벌 때문에 벼슬길이 막혔다. 세상을 골려주기로 마음먹은 그는 권세 있는 양반, 부유한 상인을 상대로 사기를 쳐 민초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봉이라는 별호를 얻은 내력도 재미있다. 어느 날 장터에서 닭 가게 옆을 지나가는데 번뜩 기지가 생각났다. 주인에게 좋은 닭 한 마리를 가리키며 ‘봉(鳳)’이 아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하던 닭 장수는 계속 봉이 아니냐고 하는 선달에게 닭을 팔 욕심으로 ‘봉’이라고 대답했다.

선달은 ‘옳다구나’ 하고 비싼 값을 주고 닭을 산 후 고을 원님에게 봉을 바쳤다. 고을 원은 ‘이놈이 관장을 속이냐?’고 형틀에 묶고 볼기를 쳤다. 선달이 ‘닭장수에게 속았다’고 하자, 속인 놈을 잡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선달은 닭 값은 물론 볼기를 맞은 값으로 큰 배상을 받았다. 세상에서 닭을 ‘봉’이라 속여 이득을 보았다 해 그를 가리켜 ‘봉이 김선달’로 불렀다는 것이다.

세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 오셀로(Othello.1604)는 거짓말이 초래한 비극을 그린 것이다. 베니스 공화국 귀족의 딸 데스데모나는 흑인 장군 오셀로를 사랑해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그러나 이를 시기하는 일파들의 거짓말에 속아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오셀로는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불신해 침대 위에서 목 졸라 죽였다. 그리고 거짓말을 획책한 자들은 가장 잔혹한 처형을 받게 된다.

요즈음 법무장관의 ‘닭 잡아먹고 오리발 식’ 거짓말로 여진이 식지 않는다. 야당 원내대표도 추 장관을 가리켜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혀를 찼다. 추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차량시위도 점점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추 장관 문제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애매한 시민과 경찰들이 고생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서도 지식인들에게 호소했다. ‘우리는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도산의 ‘민족 개조론’ 바탕은 지식인부터 허언(虛言)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법과 정의를 철저하게 지켜야 할 법무장관이라면 도산의 충고를 실천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묻고자 한다. ‘지금 이 나라는 거짓말 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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